정부가 22일 국무회의에서 확정한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은 곳곳에 산재해 있는 브리핑룸과 기사송고실을 3개의 합동브리핑센터로 통폐합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통해 출입기자가 부처에 상주(常住)하는 것을 막고, 장기적으로는 정부 부처 출입기자 수를 언론사가 알아서 축소하도록 하는 것이다. 기자들이 사무실 등 공무원의 업무 공간에 출입하는 것도 엄격하게 통제한다.
정부는 대신 브리핑 내용이 온라인으로 실시간 전송되는 전자브리핑 시스템을 구축하고, 질의ㆍ응답 위주로 브리핑을 내실화하는 한편,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취재지원 서비스를 강화하기로 했다.
기자 내쫓는 정부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기자실 통폐합 논란과 관련 “산재된 브리핑룸과 기사송고실을 거점별로 모아 취재지원 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이에 따라 언론의 취재도 편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일선 기자들이 느끼는 것과는 괴리가 크다.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의 경우 총리실 외교통상부 교육인적자원부 통일부 행정자치부 정보통신부 등 16개 부처가 운영하고 있는 브리핑룸 8개와 기사송고실 9개를 청사 별관의 합동브리핑센터(브리핑룸 4개ㆍ기사송고실 1개)로 통합한다. 기사송고실의 자리는 언론사당 4석만 제공된다.
때문에 당장 상당수 부처 출입기자들은 갈 곳을 잃게 된다. 또 브리핑이 부처와 떨어진 곳에서 실시돼 브리핑을 듣고 기사를 쓰기 위해 여기저기 이동하다 보면 마감시간에 쫓겨 부실한 기사를 양산 할 수밖에 없다.
현재 개방형 브리핑은 내용을 잘 아는 실무자보다는 장ㆍ차관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기자들의 정보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자들의 부처 사무실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대변인을 통하지 않으면 공무원과 직접 접촉하지 못하게 할 경우 심층적인 취재는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팩 저널리즘(pack journalismㆍ 획일 보도) 우려
이처럼 기자의 취재가 제한될 경우 정부의 보도자료에 의존한 획일적인 기사가 양산될 우려가 있다. 정부는 출입기자를 중심으로 정책설명회, 배경 브리핑 등을 활성화하고, 브리핑을 질의ㆍ응답 중심으로 개선하면 깊이 있는 취재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브리핑룸 부족으로 충분한 브리핑 시간을 갖기 힘들고, 필연적으로 기자들의 질문도 제한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당장 이날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 브리핑에서도 홍보처는 예산 문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했고, 김창호 처장이 다른 일정이 있다는 이유로 브리핑을 일찍 끝내는 바람에 기자들이 애를 먹었다.
반대여론 아랑곳없이 강행
정부는 기자실 통폐합을 8월까지 마치고 합동브리핑센터 및 전자브리핑 서비스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다음달 5일까지 시설공사 및 전자브리핑 시스템 도입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고, 같은 달 30일까지는 공사에 착공할 예정이다.
또 6, 7월께 각 부처 정책홍보관리실장 및 홍보관리관 워크숍을 개최해 의견 청취 및 정부의 취재지원에 관한 기준을 마련하게 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기자실 통폐합에 반대하고 있는 일선 기자들, 언론학자, 언론단체, 정치권의 의견을 듣거나 설명하는 절차는 전혀 없다.
국민의 알 권리 및 언론의 자유와 직결되는 문제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해 졸속으로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 의도대로 “정권이 바뀌어도 회귀할 수 없는 방안”이 될지는 회의적이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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