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종다양한 개인의 출현을 감지해 이를 사회 전반에 대한 통찰로 이어가려는 최근 소설가들의 노력에서 한국 문학의 민주주의를 발견할 수 있다.”(심진경)
“90년대 초중반까지의 소설과 달리, 특수한 정치상황이란 후광없이 출발하는 작가들이기에 다양한 가능성과 새로운 상상의 지평이 열려있는 셈이다.”(서영채)
30, 40대 소장 평론가들 사이에서 2000년대 한국소설 양상에 대한 긍정론이 활발히 제기되고 있다. 리얼리즘ㆍ민족주의라는 기존의 작품 평가 잣대로는 포착하기 힘든 감수성과 시선이 새로운 세기의 작가들에게서 발견된다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심진경씨는 지난주 열린 ‘6월 항쟁 20주년 대토론회’ 발제를 통해 윤성희, 박민규, 김애란, 표명희 등 2000년대 대표작가 소설 속 인물의 특징을 ‘궁핍한(miserable) 개인주의자’라는 개념으로 포착했다.
이들은 옥탑방, 고시원 등에 살면서 아르바이트로 최소한의 생계비를 번다. 결혼, 취업 등을 통해 사회와 공적 관계도 맺지 않는 이들의 개인주의는 주체적 선택이 아닌, 사회적 구조에 의해 강요한 선택이다. 심씨는 “90년대 이후 빈부 격차 확대, 계급 고착화가 불러온 불안 의식이 등장 인물의 정신 구조에 반영돼 있다”고 분석한다.
심씨는 강영숙, 전성태, 이혜경, 김영하 등이 시도하고 있는 ‘국경넘기’ 서사가 세계의 변화에 대한 문학적 상상을 제공한다고 평가한다. 국경넘기는 ‘탈(脫)한국’이란 소재 확장 차원을 넘어 “계급, 지역, 종교 등에서 다중적ㆍ복합적 정체성을 구현하는 다원주의 사회의 개인이 처한 상황을 반영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여성문학에 있어서도 생물학적 성에 근거한 여성성을 강조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배수아(‘성별이 규정되지 않은 존재’), 천운영(‘남근적 여성’), 황병승(‘여장 남자 시코쿠’)처럼 새로운 유형의 여성성을 모색하는 노력이 감지된다고 심씨는 진단한다.
서영채 한신대 교수는 계간 <창작과비평> 여름호에서 “최근 한국소설에 오락과 사회적 메시지를 함께 추구하는 경향이 감지된다”고 지적했다. 창작과비평>
박민규의 <핑퐁> 을 “학교 폭력이란 테마를 영리하게 끌고 나온 작품”,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 를 “단순한 세태소설이 아니라 사회적 모럴 문제를 제기한 작품”으로 평가한 그는 “사회적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서사적 흥미나 감동을 통해 독자들과 눈높이를 맞추려는 프로의식이 돋보인다”고 평가한다. 아내가> 핑퐁>
한편 서 교수는 김훈, 김영하, 황석영, 성석제 등의 작품을 새로운 스타일의 ‘뉴에이지 역사소설’이라고 호칭한다. 이들을 통해 “역사가 이념이나 흥미 차원이 아니라 개성있는 스타일과 상상력의 차원에서 미적인 것으로 전유되고 있다”는 것이 서 교수의 분석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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