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2일 국무회의에서 정부부처 내 37개 기자실을 통폐합하는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방안’을 확정하자 언론단체와 학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한국신문협회는 “정부가 알리고자 하는 것만 알리고, 숨기고 싶은 비리나 방만한 국정운영에 따른 폐해는 정부 청사 깊숙한 곳에 숨겨두겠다는 것을 국민 앞에 선포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1월 노무현 대통령의 ‘몇몇 기자들이 죽치고 앉아 기사흐름을 좌지우지한다’는 왜곡된 언론관이 그대로 반영됐다”며 “이번 조치로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과정에서 정부가 보인 것 같은 정보왜곡과 은폐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방송협회도 22일 성명을 내고 “중장기적 검토와 국민적 합의 없이 기자실을 축소하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송협회는 “기자실은 국민들이 자신과 관련한 정보를 기자들을 통해 전달 받기 위한 취재공간”이라며 “납세자인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정부가 세금으로 운영하는 기자실을 일방적으로 축소할 권한이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브리핑제도 정착 등 기자실을 개방하려는 노력은 의미가 있지만, 기자실 자체를 통폐합하려는 것은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민언련은 “지금 필요한 것은 기자실의 축소가 아니라 참여정부 하에서 진행된 브리핑제에 대한 실태조사와 분석”이라면서 “브리핑제의 전제 조건인 정부의 정보공개 수준부터 꼼꼼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의선 이화여대 교수(언론정보학)는 “미국의 경우 기자가 행정부의 공적기록에 접근할 수 있는 근거를 정보공개법(FOIA)에 규정하는 등 언론의 감시가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다”며 “오히려 접근을 제한하는 것을 법제화하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또 “기자의 무분별한 접근이 공무집행에 방해가 됐다면 그 피해를 객관적으로 입증해야지,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기자실을 통폐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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