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연봉을 받는 '신이 내린 직장'산업은행의 임직원들이 잇따라 지인ㆍ동료들로부터 거액의 돈을 빌려 자금을 운영하다 금융 사고를 냈다.
21일 금융계에 따르면 산업은행 K(53) 지점장은 2005년 무렵부터 고교ㆍ대학 동문, 친지 등 지인들에게서 거액의 자금을 끌어들여 운용하다 지난달 18일 은행에 사표를 내고 잠적했다. 피해자들은 지난달 말 K씨를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으며, 산업은행도 K씨에 대해 보직해임 조치한 뒤 자체 특감에 착수했다.
산업은행은 자체 조사를 통해 K씨가 은행 업무와 상관없이 주변인들과 개인적인 금전 거래를 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결론짓고 조만간 파면 조치하기로 했다.
K씨가 끌어들인 자금 규모와 용처는 파악되지 않았으나 피해자들은 "피해액이 수십 억원에 달하며, K씨가 증권 투자를 하다 원금을 대부분 까먹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씨는 2006년 5월 산은에서 펀드 상품 출시를 담당하는 신탁부장을 지낸 뒤 올 2월 지점장으로 승진했다. 이 때문에 은행측 조사 결과와 달리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 투자 등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에 앞서 2004년에도 자본시장실에 근무하던 A차장이 수년간 은행 동료 60여명과 친지 등 110명으로부터 58억원을 받아 주식, 선물, 옵션 등에 투자해오다 대부분 날린 뒤 잠적해 큰 파장이 일었다.
당시 산은은 주식투자 사건에 연루된 부서장급 간부 8명을 보직 해임하고, 근무시간 중 주식 사이트 접근을 차단하는 등 내부 통제를 강화해 왔다.
이밖에도 현대차그룹 계열사 부채 탕감과 관련, 2002년 은행 고위 인사들이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기도 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중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산업은행 직원들의 경우 각종 비리 유혹에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하는 민간 금융회사와 달리 안정적인 연봉과 자리가 보장된 국책은행 임직원의 지위가 기강 해이를 부추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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