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선정하는 이달의 기능한국인에 뽑힌 포스코 광양제철소 1열연 공장장 임채식(55)씨는 말 그대로 철인(鐵人)이다. 무려 30년 동안 철강 회사에서 잔뼈가 굵은 경력이 그렇고,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매일 하루 24시간 중 17시간을 공장에서 지낼 정도로 탄탄한 체력을 지니고 있다.
임씨는 전남 곡성군 출신으로 농업고를 졸업한 뒤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25세이던 1977년에 포항제철 열연부에 입사했다. 2005년 기능인 중 최고의 반열인 명장(압연 분야)이 된 그는 올 3월 포스코에서 첫 고졸 출신 공장장에 오르는 경사를 누렸다. 첫 월급 3만원 월급쟁이에서 1억원대 연봉자가 됐다.
그는 “꼼꼼한 메모와 항상 배우는 자세”를 성공 비결로 꼽았다. 입사 당시 그에겐 친절하게 기술을 가르쳐주는 선배가 없었다. 선배들은 기술을 전수하면 자기 일을 빼앗기는 것처럼 생각했다. 그 때부터 메모하는 습관을 길렀다. 매일 공장에서 일어나는 생산 공정, 기계 고장과 해결 방법 등을 빠짐없이 기록했다.
30년 동안 쓴 작업 노트는 그에게 ‘보물창고’다. 100권이 넘는 노트를 정리하면서 작업 효율성 개선 방안 등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다. 덕분에 그는 에너지 절약률 등 다른 나라 철강 회사와 비교해 36개 분야에서 최고 기록을 세우고, 철강 관련 2개의 특허도 땄다. 20년도 더 넘은 메모들은 지금도 큰 도움이 된다. 기계의 고장 원인이 알쏭달쏭하면 그는 낡은 메모장부터 뒤적인다. 지금도 분신처럼 메모장을 들고 다니며 적는다.
그는 공장에서 살다시피 한다. 오전 7시 출근해 밤 12시에 퇴근한다. 주말ㆍ휴일도 마찬가지다. 공장이 365일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아내에게 미안하다.
그는 “30년 동안 하루도 안 빠지고 새벽에 일어나 아침밥 챙겨준 아내가 진짜 철인”이라며 웃었다. 요즘 주말 아침밥은 회사 식당에서 해결한다. 아침밥 차리기에서 아내를 해방시켜주기 위해서다. 임씨는 “후배 근로자들이 맨 주먹으로 성공한 나를 보고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