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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사회로 가는 길-릴레이 인터뷰]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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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사회로 가는 길-릴레이 인터뷰]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07.05.21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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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 주말 한국일보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소강국(小康國)으로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강한(强) 나라가 아니라 편안한(康) 나라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성장은 하되 성장만이 능사가 아니고, 물질적으로 어느 정도 충족되면서 남을 배려하고 법질서가 지켜지는 여유있는 사회로 가자는 것이다. 그 길로 가기 위해서는‘이것은 되고 저것은 안 된다’는 식의 이분법을 극복하고 융합의 시대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_이번 인터뷰 주제인 정부 문제에 들어가기에 앞서 한국의 현 상황에 대한 진단부터 해주시지요.

“한국의 현 상황은 말만 세계화지 실제는 세계 흐름과 거리가 멉니다. 다섯 가지를 지적하고 싶습니다. 첫째 세계은행, 국제경영개발원(IMD), 세계경제포럼(WEF) 등 세계 유수 기구의 평가가 말해주는 대로 우리의 국가경쟁력, 정부효율성, 부패지수, 규제 수준, 법 집행 등 지표들은 48~78위로 중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둘째 공산품이나 자동차, 휘발유 등의 국내외 격차가 너무 큽니다. 정부는 70년대 군사정부가 인권을 무시했듯이 경제측면에서 국민을 쥐어짜고 있는 상황입니다. 셋째 국가정책이 과학기술의 발전을 고려하지 않은 채 수립되고 있습니다. ‘비전 2030’이 그 대표적 사례입니다. 넷째 선진사회 진입 등 화려한 구호는 정치적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국민의 행복과는 무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미시간대 로날드 잉글하트 교수는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으면 주관적 행복지수는 거의 비슷하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3만 달러라는 지표에 매달릴 게 아니라 내실을 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섯째는 결론인데 ‘소강국(小康國)’으로 가는 것입니다. 소강국은 환경ㆍ인성 친화적이면서 법을 지키고 상대를 존중하며 반듯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나라를 의미합니다.”

_지난해 11월 서울대 행정대학원 포럼에서 현 정부의 3대 실패를 지적하셨는데요.

“현 정부는 이데올로기의 종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과거 정리에 집착하면서 진보라는 이름으로 불평등을 더 조장하고 소통의 길을 막았습니다. 특히 미래를 조망하지 못했습니다. 시대 흐름 인식의 실패를 한 것입니다. 둘째는 정책의 실패로 숫자로만 포장하면 과학적인 정책으로 착각하고 있습니다. 숫자 뒤의 허구가 얼마나 가공할 만한지를 모르고 정책을 펴는 것입니다. 인사는 과거 정부들보다 나을 줄 알았는데 정무직 인사에서 학연 지연을 극복하지 못했고, 더욱이 선거에서 국민 심판을 받은 사람, 범법으로 법의 심판을 받은 사람을 임명하여 신뢰를 무너뜨렸습니다.”

_그런 현실진단을 토대로 한국의 바람직한 미래 모습을 전망해주십시오.

“경제적 부를 축적하고 성장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여수 인천 대구 평창 등지에서 국제대회를 여는 것도 좋지만 분야별로 균형 있고 내실 있게 발전하지 못하면 나라는 허수아비에 불과하게 됩니다. 미래의 한국은 과학기술을 발달시키는 토대 위에 코그노(cogno: 문화와 예술, 미래 비전)와 디지그노(designo:심미안과 지혜) 등을 강화하면서 소강국가로 가야 합니다.”

_보수와 진보세력 사이에서 논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보수는 성장, 기업, 시장을 우선시하고 진보는 정부의 역할과 사회적 타협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현 정부는 진보라고 하지만 사회주의 정부론을 신봉하는 듯 합니다. 정부가 커야 한다는 인식, 정부가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정부도 중요하지만 시장이 더 잘 할 수 있는 것은 시장에게 맡기는 것이 국가의 자원을 낭비하지 않는 길입니다.”

_‘작고 효율적인 미래 정부론’을 주창하시는데 그 논거를 말씀해주십시오.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지는 앞으로 30년 내에 없어지는 것으로 공산당, 소아마비 그리고 공공부문을 꼽았습니다. 로봇이 인력을 대체하는 미래에 정부 역할은 크게 축소될 것입니다. ‘미래정부론’이라는 논문을 통해 정부 부처를 15개로 줄이는 안을 제시했습니다. 헌법에 국무위원 수가 15인으로 정해져 있어 그렇게 제안한 것인데 그 이하로 줄이기 위해서는 개헌을 해야 합니다.”

_현 정부는 사회안전망을 더 확충해야 하고 복지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그 분야는 증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국민 대비 공무원 비율이 선진국에 비해 낮다는 게 정부 주장입니다.

“정부는 GDP대비 공공지출이 28%로 OECD기준으로 적다고 합니다. 정직하지 않은 얘기입니다. 정부적 성격이 농후한 공기업과 산하기관을 합치면 34%를 넘고 일부 분석에서는 40%를 넘기도 합니다. 더욱이 선진국 행정은 국민을 도와주려는 태도로 일관하는데 우리 정부는 아직도 국민을 불편하게 합니다. 공무원 숫자도 미국 일본보다 많다는 캐나다 프레지어 재단의 평가를 외면합니다. 복지를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맞지만 정부의 관리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결과적으로 복지 예산을 까먹게 됩니다.”

_구체적으로 부처 개편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작은 정부를 만드는 방법은 무엇인지요.

“국부를 늘리고 국방과 복지를 책임지는 것은 정부가 할 일입니다. 그러나 굳이 정부가 할 이유가 없는 일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정부가 전파를 독점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체육을 책임지는 것도 공산국가에서나 있었던 일입니다. 대폭 줄여야 합니다.”

(김 교수는 ‘미래정부론’에서 행자부 업무를 중앙인사위와 지자체로 이관한 뒤 폐지하고 외교통상부와 통일부, 교육부와 과기부, 정통부와 산자부 등 성격이 겹치는 부처를 통폐합하는 대신 국토안전부와 우주청, 공공정책부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림부와 해수부도 자원부로 통합하고 여성부, 국정홍보처, 조달청의 폐지를 주장했다.)

_구조 차원을 넘어 질적인 정부 혁신을 이루려면 혁명적인 규제완화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이는 정부와 시장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는 문제와도 맞물려 있는데요.

“규제완화는 정부와 시장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하는 숙제 바로 그것입니다. 골프장 허가 내는데 900개의 도장을 찍어야 하는 나라라면 다른 밝혀지지 않은 규제는 한이 없습니다. 이 정부가 규제를 완화했다는 것은 인정할 면도 있지만 더 풀어야 합니다.”

_시장에만 맡길 수 없는 분야도 있지 않습니까. 부동산, 복지 등 공익성이 강조되는 분야에서는 정부 역할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요.

“시장도 정글의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믿을 수 없는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그래서 정부는 역할과 개입을 정당화합니다. 그러나 주택문제만 해도 정부는 공공주택을 짓는 기능만 하면 되지 건축시장까지 개입할 정당성은 인정할 수 없습니다.”

_지난해 12월 정년 퇴임 강연에서 ‘정부는 낭비의 온상이고 비능률을 반복하며 필요 없는 일에 몰두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셨는데요.

“정부는 제발 이제부터 할 필요가 없거나 할 수 없는 분야는 과감히 시장에게 맡겨야 합니다. 체육, 관광, 문화는 물론 교육, 과학, 그리고 경제의 상당부분을 시장에 맡겨야 합니다.”

_현 정부는 소통을 어느 정부보다 강조했지만 언론과는 대립을 계속했습니다. 정부와 언론의 관계는 어떻게 정립돼야 하는지요.

“현 정부의 소통은 자기네끼리만 했습니다. 코드가 맞지 않은 사람들을 배척했으니까요. 그러니 이를 비판하는 언론을 백안시할 수밖에 없었지요. 정부는 언론이 제 4부라는 인식을 저버리면 안 됩니다. 정부와 시장, 그리고 정부와 언론이 권력다툼에서 서로 지지 않으려고 싸우면 국민의 등만 터집니다. 조금씩 인내하고 양보하는 길 이상이 없습니다.”

_대선의 해인데 한국의 미래를 위해 어떤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한마디로 국제사회의 시대적 흐름을 읽고 미래를 조망할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이 나라가 경제적으로 10위 권인데도 세계에서 정치적 지도력을 발휘한 대통령은 거의 없었습니다. 한국의 세계적 정치력은 과락 점수입니다. 앞으로 리더십은 국제적이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아울러 미래의 리더십은 함께 하며 공유하는 팀 리더십입니다. 한 사람만 잘나선 안되고 팀이 훌륭해야 합니다.”

_지금과 같은 한나라당의 일방적 우세 구도가 대선까지 전개될 것으로 보시는지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한나라당이 안고 있는 멍에가 너무 큽니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승리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현재 이 나라를 국제적인 수준으로 이끌어 갈 인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사람은 당선되지 않는 모순을 지니고 있는 것이 이 사회입니다. 국민의 성정이 꾸준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인정 받아야 할 인물이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기 때문에 국민의 인물 선정 과정이 이성적이지 않다고 봅니다.”

●김광웅 교수는

자유주의자이자 스타일리스트다. 예술가 같은 풍모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그의 학문이 과거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다. 홈페이지인 '바람직한 정부를 위하여'(www. finegovt.com)에는 "행정도 예술처럼 아름다울 수 있을까"라는 독특한 인사말이 있다. 행정을 예술과 연결짓는 상상력은 그가 중앙인사위원회를 탄생시키고 초대 위원장으로서 새로운 인사행정의 틀을 만들 수 있었던 저변이었다.

그는 미래를 중시한다. 10년 후를 투시하면서 보통사람들에게는 생경한, 그러나 한 번 들으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화두를 던지곤 한다. 요즘 천착하는 것은 융합이다. 사회과학, 인문과학, 자연과학 등 전통적 학문 구분은 의미가 없어지고 인지과학, 생명과학, 인간생활정보학, 융합공학 등으로 학문영역이 서로 섞이는 시대가 온다고 역설한다. 그 실천으로 사회과학자, 음악가, 물리학자, 건축학도 등이 어우러진 범대학 콜로키움(colloquium: 전문가 토론)을 주재하고 있다. 정부도 미래를 읽고 변신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2월 정년퇴임 했지만, 그는 여전히 현역이다.

1940년 서울생

서울대 법대,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 미 하와이대 정치학박사

1972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1975년 한국 미래학회 회원

1991년 한국 행정학회 회장

1992년 서울대 행정대학원장

1995년 의회발전연구소 이사장

1997년 한국 공공정책학회 회장

1998년 정부조직개편위 위원장

1998년 초대 중앙인사위원장

2003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총동창회장

2004년 한국사회과학연구협의회장

2005년 국회 정치개혁협의회 위원장

2006년 서울대 교수평위원회 부의장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 서울시 인사쇄신자문위원장

저서: <작은 정부 큰 국민> <행정과 나라 만들기> <한국 의회정치론> 등 다수

인터뷰=이영성 편집위원 leeys@hk.co.kr사진=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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