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한국경제 발전과정에서 남긴 족적은 화려하다. 도로, 댐, 공항, 교량, 발전소까지 우리나라 핵심 인프라 가운데 현대건설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다.
현대건설의 첫 역작은 1958년 전후(戰後) 복구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한강인도교 복원공사. 이듬해인 59년 건설한 서울-수원, 서울-의정부간 국도는 국내 최초의 아스팔트 도로로 기록되어 있다.
68년에는 국내 최초의 고속도로인 경인고속도로를 준공한 데 이어 여세를 몰아 70년엔 경부고속도로까지 준공, 고속도로의 종횡축을 긋는 기틀을 마련했다. "우리 실정에 웬 고속도로냐"는 반론도 많았지만, 당시 박정희 대통령과 정주영 회장의 의기투합으로 한국의 경제혈맥이 뚫리게 됐다.
61년 춘천댐 공사에서 익힌 노하우를 바탕으로, 67년 완공한 소양강 다목적댐은 정주영 명예회장의 틀을 깨는 창조적 발상과 현대건설의 뛰어난 추진력이 돋보인 공사로 남아있다.
이 댐은 원래 콘크리트 중력댐으로 건설될 예정이었다가 모래와 자갈을 이용한 사력댐으로 설계변경이 됐는데, 그 이유가 콘크리트를 타설할 시멘트와 철근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는 후문이다. 이런 기발함은 84년 서산앞바다 간척사업 당시 물막이 공사에 유조선을 투입시킨 이른바 '정주영 공법'에서 절정에 달했다.
발전소 공사에도 독보적인 실적을 이뤄냈다. 61년 호남비료공장 화력발전소 공사를 시작으로, 부산 감천 화력발전소(61년), 영월 제2화력발전소(62년), 군산 화력발전소(65년) 등을 시공했다.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70년 국내 최초로 고리 원자력 1호기 착공을 비롯, 지금까지 건설된 국내 원자력 발전소 20기의 절반이 넘는 12기를 시공했다.
61년 국내 최초의 대규모 공동 주택사업인 마포아파트 공사에 착공했고, 이후 세운상가아파트, 한남동 외인아파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등을 건설했다. 조선호텔, 코리아나호텔 등 고급 건축물 건설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해외건설분야에서도 뛰어난 업적을 일궜다. 65년 태국의 파타니 나라티왓 고속도로, 67년 베트남 캄란 소도시를 건설했고, 미국(69년), 파푸아뉴기니(72년) 진출에 이어 75년 사우디 아라비아 쥬베일 산업항 착공을 계기로 중동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특히 말레이시아 페낭대교(82년), 싱가포르 선텍시티(91년) 등은 지금도 그 나라의 랜드마크로 불리고 있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사진 신상순기자 s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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