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실 통폐합안이 국민 학자 언론인의 의견수렴과 관련 실태조사를 제대로 거쳐 추진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크다. 통폐합을 위한 명분과 여론의 지지보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뜻에 맞춰 밀어붙이기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정부는 1월 노 대통령의 기사 담합 발언 이후 미국 일본 등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28개국 기자실 및 브리핑룸 운영실태를 조사하고 국내 40여개 정부기관 기자실과 브리핑룸을 방문 조사했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미국 일본 이탈리아는 기자실, 아일랜드 그리스는 브리핑룸, 영국 독일 뉴질랜드 덴마크는 의회 또는 인근 언론사 사무실에서 취재하는 등 대부분의 선진국이 부처 내에 기자실을 두고 있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입법 발의에서 제ㆍ개정까지 의원 주도로 이루어지는 내각제 국가의 경우 의회 중심의 취재 여건이 형성돼 있어 관 주도인 우리와는 사정이 다르다.
정부 부처의 기자실 유무는 각국의 특수성에 따른 것으로 일률적으로 재단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국내 기자실 실태조사는 졸속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단적으로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3월 12일 외교통상부 기자실을 둘러 기자실 통폐합의 추진 명분인 기사 담합 등 기자실의 폐해를 따져보기보다 책꽂이 높이 등 지엽적인 문제를 거론해 기자실 통폐합 명분이 기사 담합이냐, 공간 문제냐는 논쟁이 기자들과 벌어지기도 했다.
여론 수렴 과정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여론조사는 국민의 관심 사안이 아니라는 등의 이유로 실시하지 않았다. 또 직접 당사자인 부처 출입기자와의 토론회도 총리실 등 일부만 가졌고, 언론기관과 언론 학자들의 의견 수렴 역시 한국기자협회 등 일부 기관에 국한돼 생색내기용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여론 수렴 과정에서는 물론, 부처 홍보관리관 워크숍에서조차 부정적 의견이 상당수였지만 기자실 통폐합은 이에 상관없이 추진되고 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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