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7시30분 서울 노원구 공릉동 원자력병원 장례식장. 17일 서울 중랑구 원묵초등학교 소방안전교육 중 굴절차의 와이어가 끊겨 추락해 숨진 두 학부모의 영결식이 열렸다.
소방악대의 장송곡이 낮게 깔리자 영결식은 눈물과 한탄으로 얼룩졌다. 운구차를 붙들고 가족들은 가슴을 치며 오열했다. 관을 든 소방대원 8명의 가슴에 달린 검은색 '謹弔(근조)' 리본이 바람에 흩날렸다.
운동장에서 벌어진 참사는 어머니의 죽음을 직접 목격한 어린이를 비롯한 초등학생 250여명과 교사에게 잊을 수 없는 악몽이다. "3일 동안 잠을 한숨도 못 잤어요" "처음엔 마네킹인 줄 알았는데 빨간 액체가 흘러내렸어요" 이들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트라우마)를 호소했다. 당국은 공포심으로 가득찬 마음의 불씨를 진화하는 대대적인 심리치료에 나섰지만 이들의 상처는 무엇으로도 씻을 수 없다.
하지만 두 어머니의 죽음을 가슴 아파하고 남은 이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만으로 이번 일이 마무리될까. 속살이 드러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는 것이야말로 하늘로 떠난 두 어머니의 바람일 것이다.
뿌리깊은 안전불감 풍조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안전 교육'이라면서 1998년 이후 한 번도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굴절차를 동원해 아이와 학부모들을 태웠고, 추락에 대비한 매트리스도 없었다. 안전벨트 등 최소한의 비상장비도 갖추지 않았다.
학교행사에 학부모를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동원시키는 관행도 고쳐야 한다. 사고 소식을 접한 학부모들은 교통 지도, 급식 배식, 환경 미화 등을 학부모에게 떠맡기는 학교에 대한 불만을 터뜨렸다.
아이들을 위해 노심초사 했던 평범한 두 어머니. 환한 얼굴을 한 영정을 뒤따르는 아이들의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사회부 이현정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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