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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러 방정식 풀면 태풍 발생지점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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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러 방정식 풀면 태풍 발생지점도 안다

입력
2007.05.21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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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죽지 않는다. 천재가 살아온 생애보다 몇 배나 긴 세월이 지나서야 그의 업적이 비로소 이해되고 발전하기도 한다. 역사상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수학 천재 레온하르트 오일러(1707-1783)가 그렇다.

올해는 그가 태어난 지 300년, 오일러 방정식이 탄생한 지 250년 되는 해다. 이제는 오일러가 뿌린 씨앗이 싹틀 때가 되었다고 현대의 수학자들은 생각한다. 유체의 흐름을 모형화한 오일러 방정식의 해를 구하기 위해 수학자들은 수백 년을 기다려왔다. 그리고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성균관대 수학과 채동호 교수는 국제 수학계의 석학들을 초청, 21일부터 오일러 방정식 국제 워크숍을 열고 있다.

23일까지 진행되는 워크숍에서는 미국의 앤드루 마이다(뉴욕대) 피터 콘스탄틴(시카고대) 토머스 허우(캘리포니아공대) 교수와 일본의 히사시 오카모토(교토대) 교수 등 오일러 방정식을 연구하는 내로라하는 수학자 9명이 최신의 연구성과를 설명하고 토론한다.

오일러가 활동했던 러시아와 프랑스, 그의 고향인 스위스 등도 6,7월 오일러 방정식 250돌 기념학회를 잇따라 개최한다. 난공불락의 성으로 남아있는 이 문제를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 250년 만에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것이다.

도대체 오일러 방정식이 무엇이기에 그럴까. 오일러 방정식은 뉴턴의 제2운동 법칙을 유체에 적용해 유도해 낸 것이다.

문제 자체는 대학 자연계 학생이면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방정식의 해를 풀고 그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오일러 방정식에 대한 최대 관심사는 특이해(解)가 생기느냐는 것이다.

현실적 의미를 이야기하자면, 공기나 물이 흐르다가 돌풍과 같은 난류를 일으키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수백 년 동안 특이해에 대한 연구는 오리무중이라 할 정도로 진전이 없었다. 방정식이 일정 시점까지는 부드러운 해로 남는다는 사실(난류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의미)만 증명됐을 뿐이다.

오일러는 수학의 모든 분야를 가로지르며 생전 530편의 논문과 책을 쏟아내, 18세기 후반 수학 논문의 3분의1이 그의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오일러 방정식 외에도 지수함수와 삼각함수의 관계를 나타내는 오일러 공식, 다면체의 꼭지점·모서리·면의 개수의 관한 오일러 정리, 오일러 상수 등 그의 이름이 붙은 정리와 공식이 한둘이 아니다.

그의 관심사는, 누구나 한번쯤 풀어봤을 쾨니히스베르크 다리 문제(같은 다리를 두 번 건너지 않고 7개 다리 건너기), 오일러 퍼즐 등 오락 수학이나 천문학까지 뻗어있다. 왕성하고 실용적이고 분주했던 그는 오일러 방정식에 대해서도 별도의 후속 연구 없이 다른 문제로 넘어갔다.

최근의 진전은 특이해와 관련한 몇 가지 특성이 밝혀지고 있는 정도다. 채 교수는 특이해가 나타나는 경우를 유한한 유형으로 구분해 일정 종류의 특이해는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마이다 교수나 허우 교수는 특이해가 나타날 경우 반드시 어떤 현상이 선행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채 교수는 이런 상황을 “사실 아는 게 거의 없다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물론 비행기 설계시 날개 뒤편에 난류가 생기지 않도록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술이 적용되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수학적 모델 없이 근사치를 찾아가는 시뮬레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채 교수는 “만약 오일러 방정식의 해가 깔끔하게 이해된다면 시뮬레이션 없이 최적 설계를 할 수 있다. 또 지금처럼 위성사진을 보고 토네이도나 태풍의 진로를 수십㎞ 반경 내에서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발생지점을 정확히 알아내는 일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일이 언제나 가능해질까? 채 교수는 “앞으로 200~300년은 더 있어야 해가 완전히 풀릴 전망이라는 게 석학들의 견해”라고 말했다. 해석학 분야가 많이 발전했지만 오일러 방정식을 풀 수 있는 이론은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최신 수학을 모두 동원한 끝에 350여년 만에 증명된 것처럼, 오일러 방정식의 풀이는 새로운 수학의 태동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수학의 발견을 꿈꾸며 채 교수와 같은 수학자들은 오늘도 300년 전의 천재와 함께 생각하고 살고 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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