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사이트가 개인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기사를 옮겨 실으면서 비방하는 댓글의 확산을 묵인한 행위에 대해 법원이 책임을 물었다.
서울중앙지법은 개인이 국내 4대 포털(portal)사이트를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소송에서 '포털의 여론형성 기능'을 인정하고, "불량정보의 유통을 막을 의무를 게을리 했다"며 손해배상을 판결했다. 법적ㆍ제도적으로 방치돼 있는 포털사이트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법원이 불법행위를 인정한 이유는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간접적으로 알 수 있게 돼 있으며 △기사를 취재ㆍ작성하지 않았으나 이를 인용ㆍ편집해 여론을 형성했고 △악의적 댓글이 예상되는데도 방치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유사언론 기능을 하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책임과 의무를 강조한 법원의 판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9월 정치권에서 모 포털사이트를 상대로 한 명예훼손 소송에서도 법원은 "기사의 사실 유무를 확인할 책임이 포털에도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포털사이트는 문자 그대로 언론사가 취재ㆍ작성한 기사에 접속통로를 제공하거나, 안내하는 곳이다. 하지만 인터넷의 활성화로 정보전달 역할은 물론이거니와, 블로거의 편의와 댓글의 익명성으로 실질적 여론형성에도 크게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언론사 뉴스를 취사선택하는 '게이트 키핑' 기능에서 나아가 언론의 역할을 상당 부분 담당하고 있는데도 공정거래위원회와 통신위원회 등으로부터 사업자로서의 불공정행위만 규제를 받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가 실질적으로 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다면 책임과 의무를 규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신문법이나 언론중재법 등을 정비하는 것은 물론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검색서비스 사업자법(이른바 포털법)' 등의 제정도 서둘러야 한다.
자의적으로 뉴스 가치를 선정하고 검색결과를 인위적으로 배치하는 행위, 무분별한 댓글을 조장해 명예훼손이 우려되는 행위, 차용된 언론사 정보와 자사의 광고를 혼동시키는 행위 등이 더 이상 방치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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