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경선 국면이 임박하면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간 당심(黨心)잡기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민심도 중요하지만 경선에서 투표율이 높은 대의원과 당원들의 영향력이 높은 만큼 양측 캠프는 신규 당원 모집 경쟁, 대선주자와 당원들의 사진 촬영 등 다양한 방법으로 당심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두 주자측은 우선 경선 선거인단 중 30%를 차지하는 당원들의 지지율을 의식해 신규 당원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당원 선거인단은 책임당원과 일반당원 중 전자추첨을 통해 뽑기 때문에 지지 당원을 많이 확보할수록 선거인단 구성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캠프 소속 의원과 원외 위원장 등이 나서 자파 지지 성향 주민들을 끌어 모아 한꺼번에 입당 원서를 제출하는 경우도 있다.
당 조직국 관계자는 20일 “양 캠프측의 새 당원 모집 경쟁으로 최근 당원이 많이 늘고 있다”며 “4월 한 달 동안 당비를 납부하는 당원만 7,000여명이 늘었다”고 말했다. 입당원서만 제출한 경우까지 포함하면 훨씬 늘어난다.
이 때문에 ‘급조 당원’에 따른 폐해를 우려하는 얘기도 나온다. 조직국 관계자는 “아직 당비 대납 등 구체적 문제점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문제 발생 소지는 있다”고 전했다.
스킨십 강화는 기본이다. 두 주자 모두 지역 현장을 방문할 경우 몰려드는 당원들의 사진 촬영 및 사인 요청에 일일이 응대해주고 있다. 강원도당 관계자는 “특히 양 캠프에서는 여성 당원 상대의 스킨십을 중시한다”고 전했다.
대선주자가 지방에서 숙박할 경우엔 숙소에서도 당심 잡기 행보가 이어진다. 전ㆍ현직 자치단체장 및 지방의원, 동문회 간부 등 영향력 있는 지역 인사들의 면담 요청을 모두 소화하려면 시간을 쪼갤 수밖에 없다. 이 전 시장이 16,17일 강원 지역을 찾았을 때는 이 전 시장 숙소에 지역 인사 40여명이 찾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 주자쪽을 견제하는 경우도 벌어진다. 지역 당원들이 모이는 체육대회나 등산 행사를 주최한 인사가 자신과 가까운 대선주자에게는 미리 일정을 알려주지만 상대 대선주자측에는 사전에 알려주지 않는다.
두 주자는 기본적으로 당원협의회 간담회를 개최해 접촉면을 늘리는 방식으로 당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면에서는 비공식 접촉 등을 통한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양측은 무엇보다 당원들의 표심을 움직이는 데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역 당원협의회 위원장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두 주자가 지방을 방문할 경우엔 거의 예외 없이 위원장을 별도로 접촉한다.
이 전 시장측 관계자는 “당원 간담회 직후에 별도로 당협 위원장과 저녁 자리를 갖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측도 “위원장들과 만나느라 하루에 2,3개의 저녁 자리를 갖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당협 위원장이 상대 진영으로 넘어갔다고 판단하는 지역에는 아예 사설(私設) 위원장을 둬 당원들을 관리하는 경우도 많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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