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大阪)는 도쿄(東京)와 도시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도쿄가 정적이라면, 오사카는 역동적인 도시다. 일본 역사를 봐도 오사카는 상업의 중심지였으며, 지금도 제2의 도시로서 그 맥을 잇고 있다.
가정용 전자기기와 정보통신기기 등을 생산하는 마쓰시다(松下) 전기는 오사카 경제의 한 축을 형성하는 세계적 기업이다.
84년 역사를 자랑하며 일본 내에서는 ‘National’(내셔널)이란 브랜드를 사용한다. 일본 밖에서는 ‘Panasonic’(파나소닉)이란 회사이름과 브랜드로 널리 알려져 있다.
창업부터 시작한 환경 경영
파나소닉은 창업 초기부터 사실상 친환경 경영을 선언하고 실천한 회사다. 창업자인 고(故) 마쓰시다 고노스케(松下幸之助)는 “최고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고 세계문화 발전에 기여한다”는 창업정신으로 문을 열었다.
창업정신은 1991년 환경 보전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을 골자로 한 ‘마쓰시다 환경헌장’으로 새롭게 정립됐다. 2001년에는 모든 제품은 친환경 기술로 제조하며, 생태적 가치를 기준으로 생각하는 내용의 ‘환경비전’을 발표했다.
이를 바탕으로 파나소닉은 자원의 채취 및 제품의 설계, 생산라인, 운송, 사용 후 폐기까지 전과정을 공개하고 있다. 이산화탄소(CO2) 발생량을 최소화해 지구온난화를 예방키 위한 것이다.
친환경 경영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환경 회계서’도 발표한다. 세계 각국의 9,500여 개사로부터 자재를 공급 받는 이 회사는 독자적으로 화학물질 함유량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환경부하를 최소화하는 제품만 구입토록 하는 ‘그린 조달 기준’을 세웠다.
제품운송 과정에서는 CO2 발생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98년부터 트럭 운송을 철도로 전환하고 있다. 철도는 트럭에 비해 CO2 배출량이 12.5%에 불과하다. 2005년도 철도 수송물량은 5톤 컨테이너기준으로 1만7,000여개에 달했다.
이는 98년보다 10배를 초과한 양이다. 회사측은 운송수단 개선을 통해 그간 8,777톤의 CO2를 감축했다.
또 TV, 세탁기 등 29개 주요 가전제품의 환경성을 치밀하게 공개하고 있다. 파나소닉에 따르면 2004년형 TV의 경우 생산에서 폐기까지 발생한 CO2 양이 1993년도 TV의 44%에 불과하고, 냉장고는 36%로 줄였다.
일본과 세계 각국에 산재한 공장별로 연간 CO2 발생량을 공개하고 있다.
직원들의 환경의식도 높다. 98년 ‘지구를 사랑하는 시민활동’을 결성, 생활 속에서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고 있다. 직원 대부분은 가정에서 ‘환경가계부’를 작성하면서 CO2 배출량을 줄여가고 있다.
93년부터는 ‘마쓰시다 그린프런티어 구락부’를 결성, 일본 각지의 사업장이 있는 지역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나무심기 등 환경보호 운동을 하고 있다.
상품 전시관을 환경관으로 운용
오사카시 주오구의 ‘파나소닉 센터’는 최신형 제품을 홍보하는 전시관이다. 무엇보다 모든 최신 제품 광고를 환경에 집중하는 게 관심을 끈다. 센터 1층에는 약 300평 크기의 ‘환경 쇼케이스’를 설치했다.
친환경 제품을 직접 조작할 수 있으며 재원과 설계 이유, CO2 감축량 등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냉장고의 경우 1970년대 제품은 냉매로 사용하는 가스가 배출된다.
반면 최신 제품은 냉매를 사용하지 않을 뿐더러 전력 소모량도 얼마나 많이 줄었는지 비교할 수 있다.
파나소닉의 가장 큰 자랑은 NA-VR1100 세탁기다. 지난해 말 ‘제3회 에코프로덕트 대상’을 받은 제품이다. 환경성 등 일본 6개 부처가 후원할 정도로 최고 권위를 갖는 상이다.
이 세탁기는 드럼을 비스듬하게 바꿔 물 사용량을 60%가량 줄였으며 특히 전력사용량을 절반이상 낮췄다. 입구가 앞쪽에 설치돼 세탁물을 넣고 꺼내기도 편하다.
파나소닉은 독특한 광고를 한다. 제품자체를 알리는 게 아니라 에너지 절약을 강조한다. 모든 제품은 기존 제품에 비해 에너지 사용량이 어느 정도이며 연간 절감할 수 있는 전기요금까지 산출해 공개한다.
또 회사 스스로 실천했던 에너지 절약운동을 광고로 게재한다. 지난해 신문, 잡지 광고 사진으로 네온사인을 끈 사업장 사진과 불을 켠 사진을 함께 실었다.
파나소닉은 오후 8시 이후 일본 내 220개 사업장의 네온사인을 꺼 2005년 7월부터 2006년 3월까지 약 88만㎾의 전기를 아꼈다. 절약된 전기요금은 1,055만엔(약 8,100만원)이며, 줄어든 CO2양은 384톤이다.
파나소닉 환경기획 그룹 나카무라 아키라(中村昭) 매니저는 “기업이 환경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는 ‘환경의 시대’에 서 있다”면서 “지구환경과 공존하는 최첨단 기술을 통해 지구촌에 공헌하는 것이 경영 방침”이라고 말했다.
오사카=송두영기자 dysong@hk.co.kr
■ "지구를 생각하세요"
산업화 이후 훼손된 지구 환경으로 인류는 생존마저 위협 받고 있다.
석탄, 석유 같은 화석연료 남용 결과 빚어진 지구온난화 폐해는 지구촌 곳곳에서 목격된다. 그렇다고 경제ㆍ산업활동을 중단할 수도 없다.
해결방안으로 경제와 환경 그리고 사회가 균형을 이뤄 지속적 발전이 가능토록 하는 새로운 개념이 정립됐으며, 선진국을 중심으로 활발히 실천하고 있다.
일본의 ‘싱크 더 어쓰(Think the Earth) 프로젝트’는 기업과 비영리단체((NPO) 등이 팀을 구성, 경제와 환경이 공존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새로운 개념의 환경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결성됐다.
세이브백화점 사장과 참의원을 지낸 우에다 소우이치(上田壯一)가 2001년 기업대표, 대학교수, 건축가, 연예인 등 각계의 지인 50여명과 함께 만들었다.
최근에는 Think the Earth 프로젝트와 뜻을 같이 한 평범한 시민들도 참여한다. 단, 환경에 부담을 주는 ‘공해기업’은 참여할 수 없다.
Think the Earth 프로젝트의 기본이념은 ▦비즈니스를 통한 사회공헌 ▦다음 세대에게 아름다운 지구를 전수 ▦지구환경을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새로운 발상을 통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기업과 NPO에게 학습의 장을 마련하며, 지구온난화 등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고, 어린이들이 미래를 창조할 수 있도록 각종 활동을 지원한다.
이 단체는 특정 프로젝트를 위해 아이디어 제공자, 기업, 디자이너 등이 한 팀이 돼 운용된다.
회원이 새로운 환경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면 ‘파트너 기업’으로 등록된 기업이 참여, 특정 제품을 제작한다. 첫 작품은 ‘지구를 생각하는 시계’다.
이 시계는 일반 시계와 달리 지구 형태로 만들어졌다. ‘눈’의 위치가 우주다. 그래서 시계를 볼 때마다 지구의 환경을 생각하자는 취지로 고안, 제작됐다. 일반 시계보다 5배 가량 비싸 대중화하지 못했지만 첫 작품이라는 의미와 상징을 갖고 있다.
Think the Earth 프로젝트는 최근 지진, 해일, 태풍 등 기상 정보를 휴대폰으로 자동 전송하는 상품을 개발했다. ‘대박’을 터트리지는 못했지만 이익금은 아프리카나 아시아 물 부족 국가의 ‘우물 파기 사업’ 등에 지원하고 있다.
질병과 기아에 허덕이는 어린이를 위한 구호활동과 지구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서적 발간도 활발하다.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고발하고, 이를 예방하는 방안을 담은 <1초의 세계>와 <지구온난화 충격리포트> 는 우리말로 번역돼 판매되고 있다. 지구온난화>
이 단체 가가와 가자루(香川文ㆍ여)씨는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환경상품을 개발, 생활 속에서 친환경을 실천토록 독려하고 있다”며 “특히 환경 파괴로 인해 고통 받는 세계 각국의 어린이들을 위한 지원사업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송두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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