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박8일간 독일 방문을 마치고 19일 귀국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범여권의 소통합 움직임에 대한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인천국제공항 귀빈실 환담장에서 “민주당과 합당 협상을 시작한다”는 신국환 중도개혁통합신당 통합추진위원장의 설명에 “국민이 바라는 것을 해야 하고 그렇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평소 범여권 인사들을 만날 때마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양당제”라며 범여권 통합을 역설해왔다. 따라서 이 발언은 통합신당과 민주당만이 아닌 여권 전체를 아우르는 대통합을 통해 한나라당과 경쟁해야 한다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20일엔 서울 동교동 자택으로 찾아온 범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만났다. 그가 3월 한나라당을 탈당한 뒤 처음이다.
범여권과 의도적인 거리 두기를 해왔던 손 전 지사의 김 전 대통령 면담은 심상치 않다. 표면적으로는 손 전 지사의 9~12일 평양 방문 결과를 전하기 위한 자리였다. 하지만 5ㆍ18을 맞아 광주를 방문한 데 이어 김 전 대통령을 면담함으로써 호남 및 범여권 전통 지지층 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면담이 끝난 뒤 손 전 지사측은 “두 사람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등에 대해 주로 이야기를 나눴고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면담시간이 1시간20분이나 됐던 만큼 두 사람이 손 전 지사의 올해 말 대선 도전이나 범여권 통합 문제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대화를 나눴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손 전 지사는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옹호해왔고,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의 연대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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