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과 차베스는 숙적인가.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18일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중남미 원주민과 관련한 연설을 문제삼아 사죄를 요구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13일 브라질에서 열린 중남미ㆍ카리브 가톨릭 주교회의에서 “가톨릭 교회가 미주 대륙의 원주민 일에 주제넘게 나선 적이 없다”고 연설한 것을 비난하며 이 같이 요구하고 나섰다.
차베스 대통령은 “교황의 연설은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중남미에서 자행된 원주민 학살을 무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베스는 “중남미 대륙에서는 집단학살이 정말로 있었다”며 “이를 부인한다면 우리 스스로를 부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원주민 지도자들도 교황 연설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는 유럽인에 의한 중남미 식민통치는 가톨릭 교회의 진출과 함께 이뤄졌으며 이 과정에서 원주민 수백만명이 희생된 것으로 지적된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또한 주교회의에서 “인간과 사회에 대한 기독교의 비전에 부합하지 않는 구식 이데올로기에 집착하고 있다”며 인기에 영합하는 권위주의 정부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BBC방송은 이를 “차베스 대통령을 경계하는 말”이라고 분석했다. 암묵적인 기류로 오갔던 바티칸과 차베스 정권 간 묵은 갈등이 교황의 입을 통해 확인된 것이다.
차베스 대통령은 연초 취임사에서 “예수는 가장 위대한 사회주의자”라며 예수를 빈자와 억압받은 자의 해방자로서 보는 해방신학을 부각시켜 교계 지도자들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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