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북부 아르빌에 주둔 중인 자이툰 부대에서 첫 장병 사망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국방부와 함동참모본부 등 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모(27) 중위의 사망으로 2004년 9월부터 2년 8개월 동안 이어진 자이툰 부대의 ‘무사고 파병’ 기록이 깨지면서 조기철수 여론에 영양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합참은 일단 외부 침입이나 다른 사람과 다툰 흔적이 없다는 점에서 폭탄테러로 숨진 아프가니스탄 동의부대의 고 윤장호 하사 사망 사건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군부대 내 총기 사고라는 특수성 때문에 극도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망원인은 불분명
군 당국은 오 중위의 부대생활 근황 등 사망원인 규명 작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과 관련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유족들의 신변공개도 꺼린다.
합참과 현지의 자이툰 부대는 외부 침입의 흔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파병 장병들이 흔히 겪는 전장 스트레스나 ▦사생활 문제 ▦부대 동료와의 갈등을 비롯한 부대 부적응 등 여러 가능성을 놓고 조사중이다. 오 중위가 사망한 영내 이발소는 의무 대원들이 묵는 병영 옆에 있지만 인적이 드문 곳이다. 부정기적으로 운영되는 이발소는 일반적으로 이발을 해 줄 장병과 함께 가는 곳이지만 이날 오 중위와 동행한 장병은 없었다.
오 중위가 현지에서 한 일은
3사관학교를 졸업한 오 중위는 2월 자이툰 부대에 자원해 5대1의 경쟁률을 뚫고 의무대 행정장교로 선발돼 지난달 26일 파병됐다. 현지 자이툰 병원내에서 장병 및 현지인들의 진료와 관련한 행정업무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밖에 의무대 장병들에 관한 인사업무까지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오 중위가 현지에서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합참 관계자는 “오 중위는 장교로 휘하 하사관들과 장병들이 업무를 분담하기 때문에 그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국방부 조사본부 소속 전문 수사관, 총기감식 전문가, 현장사진 전문가 등 3명으로 구성된 수사팀이 21일 현지에 도착,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해야 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해외파병 정책에 영향 줄까 군 당국 긴장
군 관계자들은 오 중위 사망사건의 조사결과가 연말로 예상되는 자이툰 부대의 임무종결 시한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을 쏟고 있다. 국방부는 연말 자이툰 부대의 임무를 종료한다는 방침이며 6월 말까지 부대 임무종결 계획서를 작성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만에 하나 군부대의 과실이 드러난다면 여론이 악화돼 조기 철군 논란이 빚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합참 관계자는 이에 대해 “철군 또는 파병문제는 동맹국이나 해당국과의 관계를 감안해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라며 “이번 사건이 파병과 철군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일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