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계가 인수ㆍ합병(M&A)의 열풍에 휩싸이고 있다.
최근 수년 동안 두산이 대우종합기계, 한화가 대한생명, 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을 손에 넣어 몸집 불리기와 성장성 확보에 성공한데 자극받아, 다른 기업들도 공격적인 M&A행렬에 가세하고 있다.
채권단들이 대우조선해양, 하이닉스 등 재계의 순위를 뒤바꿀 만한 ‘매머드급 매물’을 내놓을 채비를 하고 있어, 향후 M&A시장은 환란이후 가장 큰 ‘큰 장’이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일부 기업들의 몸값이 지나치게 치솟으면서, M&A가 가능할지 회의적인 시선도 없지 않다. 또 철강 업종에서는 미확인 M&A설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고, 택배업계에서는 대기업의 인수 공세로 중소 업체의 생존공간이 사라지고 있다.
주목받는 워크아웃 기업들
최근 M&A대첩의 최대어는 단연 대우조선해양. 자산만 5조4,000억원에 달하는 거대기업인데다가, 시기적으로도 조선업 호황이 절정에 달해 있어 단연 돋보인다.
현대중공업, 한진중공업, STX조선 등 내로라 하는 조선업체들이 모두 관심을 표명한 데 이어 포스코, GS그룹, LS그룹, 두산중공업도 인수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채권단 지분을 넘겨 받으려면 프리미엄까지 포함, 적어도 5조원은 들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 업계 추산이다. 특히 포스코는 원재료부터 생산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룰 수 있게 돼 시너지효과가 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004년 워크아웃을 졸업한 하이닉스도 매물화 작업이 시작됐다. 외환은행 등 9개 채권단은 지난 16일 출자전환주식관리협의회를 열고 하이닉스 매각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외환은행 우리은행 등 36% 지분을 보유한 채권단 사이에 아직 이견이 많아 구체적 매각방안이 나오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시가 기준으론 5조원 안팎, 프리미엄을 감안한 매각가는 6조~7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지난해 5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졸업하며 주목을 받았던 현대건설은 채권단의 의견 취합 등이 지연되고 있어 매각 일정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각종 설에 녹아내리는 철강업계
철강업계도 M&A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 최대 철강사인 아르셀로-미탈이 포스코를 M&A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에 주가가 40만원을 돌파한 데 이어 이번에는 다시 현대제철까지 검토대상이란 설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최대 철강사인 바오산 강철이 동부제강에 관심을 표명했다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모두 확인하기 힘들거나 가능성이 적은 시나리오라는 게 업계 지적이다.
건설업계는 시행사가, 택배업계는 대기업이 주축
건설업계도 급변하고 있다. 그동안 짭잘한 수입을 올렸던 시행사들이 분양가 상한제, 분양가 공개 등으로 어려워지자 아예 건설업체 인수에 나서고 있다.
50년 역사의 삼익건설이 지난달 대형시행사인 G비즈니스에 매각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 최근 업계순위 31위 극동건설과 61위인 울트라건설, 81위 명지건설 등도 M&A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론스타가 주인인 극동건설 매각에는 효성 STX등이 관심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쌍용건설은 국내 첫 ‘종업원 지주회사’탄생이 기대되고 있지만, 더 많은 인수가격을 제시하는 업체가 나올 경우 논란이 예상된다.
택배시장에선 지난달 동원그룹이 KT조지스택배를 전격 인수했고, 롯데그룹도 최근 중견택배사인 아주택배를 인수하기 위해 실사작업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업체들이 군웅할거했던 택배시장도 이젠 대기업 시장으로 바뀌는 양상이다.
이밖에 하나로텔레콤도 매각설이 끊이질 않고, 현대오일뱅크도 70%지분을 갖고 있는 IPIC가 절반인 35%를 매각할 것이란 소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들이 주도하는 외국의 M&A와는 달리 국내에선 아직 기업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며 “기업마다 성장동력발굴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 만큼 M&A열풍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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