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인사회가 상원의 이민개혁법안에 가족 초청이민 제한과 불법이민자의 영주권 취득 전 귀국 의무화 조항 등이 포함된 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재미 민족학교 윤대중 사무국장은 19일 “가족초청 이민이 폐지되면 미주 한인 이민역사는 단절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신규 이민 인구의 70% 이상이 가족초청을 통한 이민이었는데, 이 제도가 사실상 폐지된다면 한인 커뮤니티의 성장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진 뉴욕청년학교 회장도 “한마디로 가족 없이 혼자 와서 일만 하고 가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며 한인들에게는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라고 평가했다. 정 회장은 또 “임시 노동자를 받아들인다고 하지만 이들은 2년 동안 일하고 1년은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고, 가족도 초청할 수도 없어 결과적으로 가족 중심의 이민은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민족학교, 미주한인교육봉사단체협의회(NAKASEC) 등 한인 이민자 단체들은 타 아시아계 커뮤니티와 연대해 가족 초청이민 보장 등을 위해 전국적인 연대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재미동포들은 이번 법안에서 ▦시민권자 성년자녀 및 형제자매 초청 이민에서 학력, 경력, 영어 등 전문 능력에 대한 점수제를 도입하고 ▦시민권자 부모 초청이민 영주권 발급 쿼터를 통상 발급 규모의 절반에 불과한 연간 4만개로 제한한 점 등에 주목하고 있다. 재미 한인들은 이 조항을 가족 초청을 통한 ‘연쇄이민’을 사실상 봉쇄하겠다는 의도라며 이 조항이 그대로 현실화할 경우, 가족 초청을 통해 성장해온 한인사회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신설 ‘Z비자’ 및 ‘Y비자’ 등을 통한 불법체류자 구제나 임시노동자 취업보장 조치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불법 체류자들에게 ‘Z비자’를 제공해 합법신분으로 구제하고 가장(Host)들의 일시 본국 귀국과 벌금 5,000달러 납부, 신원조회 통과 등 조건을 충족하면 8년 경과 후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안은 지난해 나온 개혁안 보다도 후퇴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의 케네디-메케인 법안은 불법 체류자라도 세금을 낸 기록이 있으면 밖으로 내보지 않고 영주권을 주자는 내용이었다.
임시노동자 취업보장 조치인 ‘Y비자’ 신설안도 당장 미국이 필요로 하는 임시 노동력을 확보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일용근로자로 주로 일하는 남미계에 비해 가족 이민 중심인 한인 및 아시아계에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뉴욕=장인철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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