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의회와 행정부가 합의한 ‘신통상정책’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항으로 반영하되 재협상을 피하는 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통상전문매체인 월드 트레이드 온라인은 18일 수전 슈워브 USTR 대표가 국회 비준을 앞두고 있는 한국과 파나마의 경우 FTA에 대한 서명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만큼 협정문안의 전문에 끼워넣는 방식으로 처리하면 “거의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이어 USTR이 신통상정책 합의 내용을 협정문안으로 만든 뒤 의회와 협의를 거쳐 한국 등 협정 상대국에 전달하는 시기는 “5월30일 이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매체는 또 다른 소식통을 인용해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재협상 절대 불가를 강조하며 강경하게 나오고 있는 것은 “미국의 요구에 강하게 맞서는 게 한국에서 정치적으로 인기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며 “그러나 막판에 패키지로 한국측이 FTA의 일부 수정에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한미 FTA에 정통한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USTR이 한국의 재협상 불가 입장에 상당히 곤혹스러워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그들은 미 의회를 앞세워 새로운 노동 및 환경기준에 따라 한미 FTA를 수정, 보완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미측은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든가, 아니면 한미 FTA 자체를 포기하든가 둘 중의 하나뿐이라는 점을 은근히 내비치고 있다고 한다.
미 의회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면서도 ‘어렵게 타결된 한미 FTA가 물 건너 갈 수도 있다’는 식으로 한국을 고강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미 행정부는 ‘재협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도 않고 아직 세부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 한다는 점도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 발표된 신통상정책은 대강의 ‘정책선언’형태이기 때문에 이것이 한미 FTA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미 행정부가 세부 목록을 제시해야 한다. 미국은 페루 및 파나마와의 FTA에 대해선 수정이 필요한 구체적 내용을 발표했다.
미국이 재협상이라는 표현을 기피하는 것은 그들의 입장에서는 추가 또는 보완 협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정치적으로 재협상이라는 용어에 민감한 한국측 사정을 고려한 때문이기도 하다.
미측은 1992년 타결된 뒤에도 노동ㆍ환경에 관한 2개 부속 협정이 마련된 이후에야 1993년 의회를 통과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경우를 추가 협상의 예로 들고 있다.
한미 FTA의 수정이 필요한 세부 목록과 관련해서는 미 행정부가 한국측의 반발과 FTA 미래 자체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회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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