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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이과수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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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이과수폭포

입력
2007.05.18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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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원주민 과라니족 사이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유럽인들이 들어오기 전 이야기다. 옛날 옛날에 한 신이 아리따운 원주민 아가씨 나이피에게 반해 결혼을 하려고 했다. 그러자 이 아가씨는 같은 인간인 애인 타로바와 함께 카누를 타고 달아났다. 이에 화가 머리끝까지 뻗친 신은 강을 싹둑 잘라 폭포를 만들었다.

그리하여 두 연인은 영원히 폭포 속에 묻히고 말았다. 이과수 폭포는 이 전설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과라니족 말로 '이'는 '물'을, '과수'는 '크다'를 뜻한다. 한마디로 '큰 물'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부인인 엘리노어 여사가 이 폭포의 숨 막히는 장관을 보고는 "나이아가라 폭포는 '째비'가 안 되네!(Poor Niagara!)"라고 했다니 얼마나 큰 물인지 알 만하다. 폭포 전체 표면 넓이만 해도 나이아가라가 18만3,000㎡인 반면 이과수가 40만㎡이니까 규모차가 엄청나다.

낙폭에 이르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아프리카 빅토리아폭포와 자웅을 다투는 이과수폭포도 요즘은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주변 일대 개간을 위한 삼림 파괴 및 벌목, 그리고 크게는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 작년 7월에만 해도 20년 만의 최악의 가뭄으로 폭포수량이 평소의 초당 150만 리터에서 30만 리터로 80%나 급감했다. 수 ㎞ 밖에서도 폭포수의 굉음이 들린다는 이과수가 앙상하게 몰골을 드러낸 절벽으로 간간이 소 오줌 같은 물줄기만 힘없이 떨어뜨리는 모습은 보기에도 안타까웠다.

세계야생생물기금(WWF)은 이미 1999년 10월에 발표한 보고서 '아르헨티나 기후 변화 시나리오'에서 "이과수 국립공원 일대의 기후는 온난화 추세로 접어들었다. 건기가 잦아지면서 강수량도 더욱 들쭉날쭉해질 것이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접경 지역에 걸치는 이 폭포 일대는 특히 오셀롯(스라소니의 일종), 큰수달, 재규어, 타피르 등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 동물을 비롯해 온갖 야생 동식물의 보고로 유명하다. 그런데 지금은 생물종의 다양성이 차츰 위협받고 있다. 이런 이과수폭포가 요즘 한국에서 유독 인기를 끌고 있다.

공기업ㆍ공공기관 감사들이 줄줄이 다녀올 뻔하다가 실패하는가 하면 서울시 일부 구청장들은 꼭 가 보아야겠다고 우기고 있고 대통령 직속 균형발전위원회 위원들은 가려다 말았다고 한다. 대자연의 장엄함 앞에서 인간의 왜소함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참 안됐다.

이광일 논설위원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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