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화물선 골든로즈호 침몰사고를 수습 중인 중국 당국의 태도에 거침이 없다.
중국 교통부 해상수색구조중심은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의 늑장 통보에 대해 “사고 발생 후 한국의 전 기관에 통보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의 책임과 실책은 전혀 없다는 식이었다.
중국은 산둥(山東)성 해상수색구조중심이 사고 당일인 12일 오후 1시 사건을 보고 받아 7분 뒤 한국 해양경찰청에 통보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7분차의 신속한 통보만을 강조했다.
하지만 골든로즈호와 충돌한 중국 컨테이너선 진성(金盛)호가 중국 당국에 신고했던 시각이 사고 당일 ‘오전 11시 40분’이라는 중국 신화통신 보도는 입에 담지 않았다.
중국은 사건의 결론도 거리낌없이 내렸다. 충돌이 진성호, 골든로즈호 양측 과실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사건 조사의 본령이랄 수 있는 진성호가 골든로즈호 선원들을 구조하지 않는 경위에 대해서는 위법이 발견되면 처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사고 발생 5일만에 이뤄진 회견에서 중국 정부는 실책이 없고, 진성호의 책임도 구조 의무 회피에 한정될 것이란 결론이 내려진 것이다. 한국 언론이 제기한 의문들은 묻혀 버렸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측은 너무나 신중하다. 외교통상부가 일괄 대응한다는 방침에 따라 ‘벙어리’가 된 주중 한국대사관측은 회견내용에 대한 논평을 요구받고서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당초 대응 창구를 외교부로 단일화하자 베이징에서는 2001년 한국인 사형수 사건의 때문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당시 중국 당국이 한국인 사형 확정판결을 한국대사관에 통고했는데도 대사관측은 직원의 부주의로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사형이 집행된 이후에야 뒤늦게 허둥대며 망신을 당했다.
2001년에는 경솔해서, 이번에는 너무 신중해서 할 말을 제대로 못해서는 안될 것이다.
베이징=이영섭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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