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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장화홍련전 "장화·홍련아, 왜 새엄마에게 마음을 닫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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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장화홍련전 "장화·홍련아, 왜 새엄마에게 마음을 닫았니?"

입력
2007.05.18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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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경 글ㆍ김윤주 그림 / 한겨레 아이들 발행ㆍ108쪽ㆍ8,500원

옛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하면 하품부터 하는 아이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권선징악 같은 천편일률적 주제와 캐릭터의 상투성 따위를 생각하면 그럴 만도 하다. 계모에게 구박받는 착한 딸들의 억울한 죽음과 신원(伸寃)을 다루는 <장화홍련전> 의 원 이야기 또한 마찬가지다. 선인은 복을 받고 악인은 징벌받는다는 주제에서 크게 벗어나있지 않다.

동화작가 김회경이 각색한 <장화홍련전> 은 그러나 원전을 살짝 비틀어 요즘 아이들의 성격에 걸맞은 주제를 전하고 있다. 작가는 이야기를 개작하면서 원전에 나오는 ‘착한 여자 콤플렉스’의 파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의 여성은 슬프고 억울하고 속상한 일이 있어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했다.

지배 질서에 순종하는 여성이 당시에는 이상적인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죽음을 맞은 이 작품 속의 장화홍련 또한 마찬가지다. 이들은 계모가 아무리 구박을 해도 독안에 든 쥐처럼 누구에게도 하소연하지 못하고 죽은 어머니만 부른다.

원작과 대비되는 현대적인 메시지는 이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신관 사또의 발언에서도 살필 수 있다. 그는 단지 사악한 계모와 우유부단한 아버지만 꾸짖는 것이 아니라 “계모를 대하는 너희의 닫힌 마음이 일을 이 지경으로 몰고 온 것 아니냐?” 라며 장화 홍련의 원귀들에게도 책임을 묻는다.

갈등이 생겼을 때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 이를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환생한 장화 홍련 자매들이 누가 혼을 내기라도 하면 ‘이를 드러내며 씩 웃어넘기는’ 씩씩하고 활달한 성격으로 그려지는 것도 그런 주제를 염두에 둔 설정이다.

원작에서는 거의 존재감이 없는 신관 사또가 현대의 사법부를 반영하듯 비중있게 그려진다. 그는 솔로몬 왕처럼 냉철한 지성으로 아버지, 계모, 계모의 계략에 가담한 의원, 계모의 아들 그리고 장화 홍련의 잘잘못을 가린다. 문제가 생겼을 때 지성의 최고 체계인 법의 권위에 의지해야 한다는 교훈을 아이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작가는 설명했다. 초등학교 2학년 이상.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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