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월포위츠(63) 세계은행 총재가 여자친구를 챙기다 취임 2년 만에 총재직에서 불명예 퇴진한다.
세계은행 이사회는 17일 성명을 통해 “월포위츠 총재가 당분간 총재직을 수행한 뒤 다음달 30일 사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는 5년의 총재 임기 중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하차하게 됐다.
백악관은 월포위츠 총재의 사임 발표가 나자마자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그의 사임을 ‘마지 못해’ 수용했다”며 “곧 후임 총재 후보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월포위츠 후임으로 로버트 졸릭 골드만삭스 부회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졸릭 부회장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국제문제전문가이다. 이밖에 로버트 키밋 재무부 부장관, 마틴 펠드스틴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등도 거론되고 있다.
월포위츠는 세계은행에 몸담고 있는 여자친구 샤하 리자(52)에게 승진과 보수에 특혜를 제공한 것이 알려지면서 유럽과 캐나다 등으로부터 강력한 사퇴 압력을 받아왔다. 그는 결백을 주장하며 끝까지 버티다 이날 백악관마저 여론 압박에 굴복, 등을 돌리자 사임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월포위츠는 1944년 세계은행 설립 이후 사임 압력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퇴진한 첫 총재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앞서 세계은행 특별조사위원회는 14일 보고서를 통해 “조사 결과 월포위츠 총재의 여자친구에 대한 특혜 시비가 사실로 드러났다”며 “그의 리더십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힘들 정도로 손상됐다”고 밝혔다.
미국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대표적 인물인 월포위츠는 국방부 부장관 재직 당시 9ㆍ11 테러가 발생하자 부시 대통령에게 이라크 침공을 제안했고, 부시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2005년 3월 세계은행 총재에 올랐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모양새가 나쁘지 않게 자진 사퇴키로 했지만 세계은행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며, 그의 사임은 미국이 지명한 총재가 주도했던 세계은행 내에서 힘의 균형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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