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이 삼성을 ‘콕 집어’ 계열사간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촉구한데 대해, 당사자인 삼성은 물론이고 재계전체가“무리한 간섭”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기업지배구조에는 정답이 없는데도, 공정위가 지주회사라는 획일적인 방식을 강요하고 있다는 게 재계의 불만이다. 모 기업 관계자는 “기업 현실이나 사정을 모르는 학자 출신의 공정위원장이 자꾸 평지풍파를 일으켜 재계를 괴롭히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지배구조 개선의 당사자로 지목된 삼성 관계자는 18일 “삼성 역시 좋은 지배구조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지배구조가 지주회사 체제라고 판단하고는 있지 않다”며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삼성과 현대ㆍ기아자동차그룹의 경우 권 위원장이 지난해 출자총액제한제도 개편 과정에서 규제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했던 환상형 순환출자 형태를 갖고 있는 대표적인 그룹들이다. 공정위는 그 동안 총수가 소수의 지분으로 계열사간 순환출자를 통해 경영권을 행사하는 ‘황제경영’은 문제가 있다며, 이의 개혁방안으로 지주회사 체제를 제시해왔다.
권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최근 SK, 금호아시아나 등 일부 그룹들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있는 것을 감안, 여세를 몰아 재계1위 삼성을 압박하기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는 지배구조의 경우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경련관계자는 “지배구조는 주주, 투자자, 임직원 등 이해관계자들이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정부가 특정그룹의 지배구조를 바꾸라고 강요하는 것은 정부 권한의 남용으로 비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막대한 전환비용도 걸림돌이다. 재계에 따르면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야 하고, 주식을 교환하거나 매매하는 과정에 발생하는 세금 부담도 엄청나다.
삼성의 경우 삼성전자만 해도 시가총액이 100조원을 넘기 때문에, 현재 오너 및 우호지분(17%)에 추가로 지분을 매입해 지주사로 전환하려면 약 13조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같은 천문학적인 금액은 아무리 삼성이라도 도저히 마련할 수 없는 금액이며, 설혹 지주회사 전환 요건을 완화해 지분율을 현행 상장사 기준 30%에서 20%로 낮춰도 힘들다는 게 그룹 안팎의 시각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주력업종의 상당수 대기업과 금융기관들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 지분이 절반을 넘으면서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험에 노출돼 있는 실정”이라며 “정부가 기업들의 현실적인 경영권 위협 문제에는 등한시한채 지배구조를 바꾸라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