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종주국을 대표하는 여러분, 근소한 점수차라면 패배를 각오하고 화끈한 공격을 펼쳐 주세요."
제18회 태권도 세계선수권대회 첫날 경기가 열린 18일 중국 베이징 창핑체육관. 대한태권도협회 김정길 회장은 남자 페더급에 출전하는 송명섭(가스공사)을 비롯한 남녀 8체급 16명의 태권전사를 격려하면서 공격적인 태권도를 주문했다.
지더라도 화끈하게 공격을 펼치라니? 상식 밖의 이야기처럼 들릴지 몰라도 한국 태권도에 주어진 숙제다. 태권전사들이 받아차기 위주의 소극적 공격을 일삼아 태권도의 재미가 반감됐다는 지적 때문. 비록 질지언정 '역시 한국 선수가 멋있는 경기를 펼쳤다'는 칭찬과 박수를 받아야 한다는 게 태권도 협회의 생각이다.
협회의 뜻대로 멋진 금빛 발차기를 보여준 건 국가대표로 처음 출전한 여자 밴텀급의 정진희(조선대). 그는 결승에서 대만의 강호 증이수안을 6-4로 꺾고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시종일관 선제공격을 펼쳤던 정진희는 4-3으로 앞선 3회에는 거세게 반격한 증이수안을 받아차기로 공략해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32강부터 8강까지 모두 7점차 이상으로 이긴 정진희는 준결승에서는 스페인의 안드레아 히카를 4-1로 꺾었다. 여자 대표팀 박경환 감독은 "정진희가 대표팀에 처음 발탁됐지만 남자 선수를 방불케 하는 승부욕과 화끈한 공격으로 세계선수권을 제패했다. 앞으로 더욱 더 성장할 선수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한국의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힌 송명섭은 준결승에서 서든 데스(5-6) 끝에 이란의 오미드 골람 자데 아슬에게 무릎을 꿇었다.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고개를 떨군 송명섭은 컨디션이 유독 나빴던 탓에 소극적인 경기를 펼친 게 원통했다.
한편 여자 핀급의 박효지(한체대)는 1회전에서 미국의 복병 샬럿 크레이크에게 0-2로 졌다. 중국의 우징유는 결승에서 태국의 아오와파 부라폴차이를 꺾고 대회 첫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
베이징=이상준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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