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월(水越)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어요. 스님께서 물처럼 마음을 맑게 하며 달처럼 세상을 밝게 비춰달라고 하셨어요.”
올해 중앙대 국악대학 창작공연학부에 입학한 1급 시각장애인 이현아(19)씨는 18일 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靈山齋ㆍ죽은 사람의 영혼을 달래기 위한 노래와 춤 등이 펼쳐지는 의식) 이수자인 동희 스님의 제자가 됐다.
이씨는 동희 스님에게서 수월이라는 법명과 ‘살생하지 말라, 거짓말 하지 말라, 삿된 마음을 갖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술 마시지 말라’는 오계(五戒)를 받았다. 앞으로 불교의식을 진행할 때 쓰이는 음악인 범패(梵唄)를 배울 예정이다.
이씨는“동희 스님은 비구니로는 처음 범패승 계보에 오른 권위자세요. 그런 스님의 제자가 됐다는 것은 더 없는 영광이죠”라며 밝게 웃었다. 하지만 걱정도 많다고 했다.
범패를 제대로 배우려면 10년 넘게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데, 자신의 전공인 정가(正歌ㆍ가사나 시조와 같이 사람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부르는 노래)도 공부하면서 범패까지 하려면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씨는 강의가 있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경기 안성캠퍼스에 머물고 주말에는 스님을 찾아 범패를 배우게 된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달 27일 박범훈 중앙대 총장의 소개로 이뤄졌다. 이날 “한 가락 뽑아보라”는 박 총장의 말에 이씨는 소리를 했고, 동희 스님은 “애절한 목소리가 범패에 제격”이라며 이씨를 제자로 삼기로 했다.
이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국악 공부를 시작했지만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예술중학교와 국악고로부터 입학을 거절 당했다. 이후 맹인학교를 다니며 혼자 공부했고 경쟁을 통해 대학에 입학했다.
곁에서 딸을 지켜보던 어머니 김희숙(49)씨는 “주변에서 도와주신 분들의 기대에 보답할 수 있을 지 걱정이 많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숱한 도전을 이겨냈으니 이번에도 잘 할 것으로 믿는다”며 대견해 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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