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ㆍ중ㆍ고교의 학업성취도 등을 매년 공개토록 하는 ‘교육정보공개법’ 공포와 시행령 마련을 앞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진보 성향의 교육ㆍ시민단체들은 공동 대책위원회를 구성, 노무현 대통령에게 법안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학업성적 등의 공개가 학교와 지역간 서열화를 부추길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보수 진영 단체들은 교육 소비자들의 알 권리 차원에서 법안 연착륙을 강력 주문하는 등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논란에 불을 지핀 쪽은 ‘교육정보공개 공동대책위’다.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 전국교직원노조,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 등 50여개 단체로 구성된 대책위는 17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교육정보공개법을 정면 비판했다.
대책위는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와 취업률 등 핵심적인 교육 정보가 공개되면 학교나 지역간 서열화를 조장하고, 이는 고교평준화 해체, 입시경쟁 과열 등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올 게 뻔하다”고 주장하고 대통령에게 법안 거부권을 행사해달라는 의견서를 전달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법안 시행령에 학업성취도 평가 자료 등 학력 서열화를 부추기는 내용이 담길 경우 즉각 위헌 소송을 내겠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이와 별도로 시행령 제정 단계에서 자료 공개 허용 범위와 수준, 내용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키로 해 교육 당국과의 충돌도 우려된다.
이런 가운데 법 제정을 촉구하는 보수세력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학교자치연대는 18일 성명을 내고 “교육정보공개법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교육 수요자들의 교육정보 권리 기능을 확보하는 기제가 될 것”이라며 조속한 후속 조치를 촉구했다.
김대유 학교자치연대 공동대표는 “교육정보공개법은 교육지표의 객관화를 의미한다”며 “일부 우려되는 부분도 있지만 교육 소비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의결된 ‘교육관련 기관의 정보 공개에 관한 특례법안’은 초ㆍ중ㆍ고교의 경우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와 학생의 교과목별 성취 수준 등 15가지 항목, 대학은 취업률과 신입생 충원률 등 13가지 항목을 매년 공개하도록 했다. 교육부는 내주 중 법안 공포에 이어 시행령 마련 등 준비를 거쳐 내년 5월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법안은 공개해야 할 항목을 정해놓았지만, 학교별 진학률 등 구체적인 공개 범위는 시행령에 마련토록 함으로써 시행령 내용에 교육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교육부는 가장 기본적인 정보만 시행령에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과 국가 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 자료 등을 공개하라는 법원의 항소심 판결에 맞서 대법원에 상고키로 한 만큼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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