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ㆍ18 민주화운동 27주년을 맞은 광주가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전장(戰場)으로 변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5ㆍ18 기념사를 통해 정당들을 공격했고, 5ㆍ18을 통합의 전기로 삼겠다던 범 여권은 상호 비난전을 펴 갈등의 골만 키웠다. 관련기사 4면
5ㆍ18을 상징하는 참회와 용서, 화합과 같은 메시지는 노 대통령을 포함한 범 여권 인사들 사이에선 완연히 뒷전이었다.
노 대통령은 18일 광주 국립 5ㆍ18 민주묘지에서 거행된 5ㆍ18 27주년 기념식에서 “우리 정치에서 지역주의 부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지역주의는 어느 지역 국민에게도 이롭지 않고 오로지 일부 정치인에게만 이로울 뿐”이라고 비판했다. 물론 노 대통령의 지역주의 타파의지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그런 발언을 한 것을 일반론으로 해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는 노 대통령이 민주당과의 합당 등 범 여권의 대통합 작업을 지역주의로 회귀로 규정한 것과 같은 맥락이자, 열린우리당 정동영, 김근태 전 의장을 ‘당을 통째로 이끌고 지역주의 정치에 투항하자는 세력’으로 비난한 것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리당의 한 재선의원은 “자극적인 표현이 없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12월 대선에 대한 직ㆍ간접적 개입 의사를 거듭 확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이‘민주세력 무능론’을 반박한 데도 표적이 있다. “군사정권의 업적은 남의 기회를 박탈해 이룬 것인데 군사독재가 유능하고 성공했다는 거냐”고 한 것은 한나라당을 겨냥한 것이다.
또 참여정부 실정에 대한 자성론을 폈던 범 여권 내부를 향해선 “민망한 노릇”이라고 일갈했다. 당장 한나라당이 “산업화시대의 경제적 성과를 폄하한 것은 이분법적 흑백논리이자 두 유력주자를 깎아 내리려는 의도”라며 반발해 논란이 불거졌다.
그런가 하면 우리당과 민주당의 비난전도 격해졌다. 우리당 정세균 의장은 이날“민주당에도 통합주의자들이 있고 그 분들과 대화하겠다”며 통합과정에서 참여정부 핵심 인사 배제를 주장한 민주당 박상천 대표를 고립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 의장은 또 “민주당은 (우리당을) 좌편향이라고 하면서 사실상 색깔론을 제기하고 있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이 색깔론의 피해자 아니었느냐”고 광주민심을 자극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우리당 안에는 평등 우선의 진보주의자와 중도개혁주의자가 다 모여 있고, 그 중에 극단적인 사람들도 있다”며 배제론을 거듭 주장했다.
유종필 대변인은 아예 “우리당이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서처럼 박상천 습격사건을 하고 있다”며 “조폭적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원색 비난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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