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서 소방 안전교육을 받던 학부모들이 굴절 사다리차에서 떨어져 2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치는 어이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에는 바닥에 매트리스나 그물망 같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설치되지 않아 안전불감증이 부른 인재(人災)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17일 오전 11시33분께 서울 중랑구 묵동 원묵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사다리차를 타고 소방훈련을 받던 여성 학부모 3명이 24m 아래로 떨어져 정모(41)씨와 황모(35)씨 등 2명이 그 자리에서 숨지고 오모(36)씨는 중상을 입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 등은 중랑소방서가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개최한 ‘안전체험 학습’에 참가해 굴절 사다리차에 올라갔다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경찰은 “학부모들이 사다리차에 달린 인명 구조용 바구니(바스켓)를 타고 고층으로 올라가다 바구니에 연결된 와이어가 끊어져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사고 차량은 봉 형태로 접었다 펴지며 위로 올라가는 방식의 굴절 사다리차이며, 바구니에는 소방관이 동승하지 않았다. 1998년 제작된 이 차량은 제조사가 부도 나 그 동안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부상한 오씨가 “바구니 안에서 흔들지 말라고 주저 앉아서 계속 악을 썼는데 소방관이 계속 흔들었다”고 진술함에 따라 소방관의 안전수칙 준수 여부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서울 중랑소방서가 가정의 달을 맞아 관내 원묵초등학교와 함께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학생과 학부모, 소방관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서울시는 중랑소방서장을 직위해제했으며, 경찰의 조사가 끝나는 대로 사고 책임자를 엄중 문책할 방침이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이현정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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