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의 열차가 한반도 허리를 갈라놓은 군사분계선을 힘차게 내달린 17일 이산가족은 물론 한민족 모두 ‘통일’을 노래했다. 남북 승객 150명을 태운 남한 열차는 이날 오전 11시 30분께 폭죽 수백 발과 풍선 수천 개가 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은 경기 파주시 문산읍 문산역을 출발했다.
열차가 플랫폼을 벗어나자 서울 강북구 미아리에서 왔다는 윤길평(75)씨는 연신 손을 흔들며 “저 기차가 내 마음이라도 싣고 가 북에 있는 가족에게 전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 7월 평안남도 진남포에서 형과 함께 남으로 내려온 윤씨는 “몸은 여기(열차 밖)에 있지만 마음 만은 저 안에 있다” 덧붙였다.
이날 행사장 주변에서는 납북자가족모임과 피랍탈북인권연대 관계자 50여명이 여러 차례 납북자 송환을 요구하는 기습시위를 벌이다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강원 고성군 동해북부선 제진역에는 낮 12시 33분께 짙은 쑥색과 하늘색으로 깔끔하게 단장한 북한 열차가 150명이 넘는 환영인파의 박수를 받으며 도착했다.
북한 기차는 ‘김일성수령동지가 몸소 오르셨던 차’(1968년 8월9일)라는 문구와‘명예상 26호’ 등의 휘장이 기관차 옆에 붙어 있는 등 북한에서는 고급 열차임을 느끼게 했다. 열차에 탑승했던 남측 박형규(84) 할아버지는 “잠시 북한을 다녀왔지만 우리가 많이 도와주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고성=곽영승기자 yskwak@hk.co.kr문산=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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