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것은 한 조각의 구름이 일어나고 흩어지는 것이라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나 후배 산악인 오희준과 이현조가 험준한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남서벽에서 산화한 소식을 접하니 마음이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듯 아득하다.
희준아, 그리고 현조야.
불과 한 달 전 굳은 의지와 자신감을 갖고 남서벽에 코리안 신루트를 개척해 국민들에게 산악인의 투지를 심어주겠다던 그 얼굴들이 선명하게 생각나는데. 그리고 캠프 세 개를 치고 계속 전진중이라는 소식이 너무 반가웠는데. 정상이 얼마 남지 않은 곳에서 유명을 달리하다니 가슴이 메고 눈 앞이 캄캄하다. 너무도 충격에 한마디 말도 내뱉을 수 없는 나락을 느낀다.
그 동안 고산등반에서 남긴 두 사람의 발자취를 생각하면 할수록 그 빈 자리가 너무도 크다. 언제나 조용한 미소와 예의 바른 몸짓으로 호감을 사던 현조, 어눌한 듯 소탈한 성격에 누구에게나 친근감 있게 다가서던 희준이.
그 따뜻한 사람들이 험준한 고산에 오를 때면 거칠 것 없이 쏟아내는 투지는 어디에서 나오는지 늘 고맙고도 궁금했었다. 34년 동안 누구도 오르지 못했던 낭가파르바트 루팔벽을 오르던 현조, 가는 곳마다 정상을 밟고 내려오던 희준의 근성과 투혼이 그렇게 믿음직하기만 했는데….
어찌 이처럼 급작스럽게 하직을 한단 말이냐.
언제인가 네가 로체를 오르고 내려오다 비바크를 하면서 허공으로 뛰어 내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던 그 때의 말이 허공을 맴 도는구나.
에베레스트의 설원처럼 흩날리고 모든 것 털어내고 편히 가거라.
아! 진정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는가.
희준아! 현조야! 부디 히말라야 설록 발길 닿는 곳마다에서 모든 한국 산악인들의 수호신이 되어다오.
사단법인 대한산악연맹 회장 이인정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