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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한국의 미래 이들 손에… '7人의 개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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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한국의 미래 이들 손에… '7人의 개척자'

입력
2007.05.17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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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연구에도 인기와 유행이 있다. 쉽게 연구비를 따내고 세간의 주목을 끄는 화려한 분야가 있는가 하면, 묵묵히 실험하고 좋은 성과를 내도 묻혀버리는 연구가 있기 마련이다. 이런 부침에 연연하지 않고,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낸 연구자 7명이 선정됐다.

과학인용색인(SCI)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는 톰슨 사이언티픽사와 한국과학재단은 17일 논문 피인용 패턴을 질적으로 분석, '세계 수준급 독창적 연구영역 개척자'를 발표했다. 유룡(51·한국과학기술원·KAIST), 조봉래(58ㆍ고려대), 최형진(50·인하대), 안진흥(60ㆍ포스텍), 박종문(50ㆍ포스텍), 최기운(47·KAIST), 김빛내리(38·서울대) 교수가 바로 그 개척자들이다.

"우리나라에선 '아직도 그 연구 계속하십니까?'라는 질문이 욕에 가깝죠. 하지만 외국 과학자가 먼저 한 연구를 따라가기만 해선 세계적으로 인정 받기 어렵습니다." 유룡 교수는 나노 크기의 금속을 만드는 기술을 개척한 화학자다. 2001년 네이처에 게재한 그의 논문은 지금까지 385회나 인용됐다.

1990년대 나노학계에선 규소로 2~50나노미터 구멍이 뚫린 벌집을 만드는 연구가 한창이었는데 규소가 물에 금새 녹아버려 골치였다. 유 교수도 규소를 단단히 만들려 애쓰다 97년 규소를 거푸집 삼아 탄소 나노 벌집을 만든 뒤 규소를 녹여버리는 발상을 해냈다. 이 탄소 벌집은 현재 촉매 활성이 아주 좋은 나노 백금을 만드는 데 쓰인다.

신세계를 여는 길은 반짝이는 아이디어일 수도 있지만 될 때까지 버티는 오기일 수도 있다. 안진흥 교수의 대표적인 연구는 벼의 유전체에 DNA조각(T-DNA)을 집어넣은 변이체를 데이터베이스화 한 것이다. 무려 10만개의 T-DNA를 무작위로 삽입하는 실험을 반복한 뒤, 일일이 위치를 확인해 각각 다른 위치에, 그것도 균등하게 분포하도록 추려냈다.

T-DNA 변이체가 삽입된 유전자는 기능이 향상되거나 억제되기 때문에 이 DB를 이용하면 밥맛이 좋아지거나 미네랄 함량이 높아지는 신품종 조작이 가능하다. 20년간 벼만 보고 지낸 안 교수는"재주가 없어서 남들 안 하는 연구를 했을 뿐"이란다. 하지만 벼 유전자 변이체 DB는 세계에서 단 하나뿐이다.

때로 열의나 끈기만으로 연구가 가능하지는 않다. 최기운 교수는 초대칭 입자들 사이의 질량이 어떤 비율을 가질 것인지를 예측한 이론물리학자다. 이 이론을 확인하려면 천문학적 비용의 실험장비가 필요하다는 사실에 그는 가슴이 아프다. 그래서 입자물리학은 '비극적 학문'이다. 최 교수는 "폭격기 만들 돈으로 실험장비를 건설하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반문했지만, 여전히 물리학은 "인간의 활동 중 가장 의미 있는 일"이다.

조봉래 교수는 광자 2개를 효율적으로 흡수하는 물질을 설계, 새로운 염료 개발의 길을 열었다. 박종문 교수는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 에 나온 중금속인 6가크롬을 제거하는 생체흡착기술을 연구한다. 최형진 교수는 전기장에 따라 고체와 유체로 바뀌는 고분자물질을 만들었다. 김빛내리 교수는 마이크로 RNA 연구를 국내 처음 도입한 연구자다.

톰슨사는 10년간 논문 피인용도가 상위 1%에 드는 논문 8만3,000건 중 다른 논문에서 공동 인용된 논문들을 그룹으로 만들어 그룹 내 피인용 횟수가 가장 많은 논문의 저자를 개척자로 선정했다. 과학재단측은 "특정 연구주제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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