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 특혜’문제로 도덕적 비난을 받고 있는 폴 월포위츠 세계은행 총재의 사퇴가 임박한 가운데 월포위츠 총재의 진퇴를 놓고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가 사분오열돼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17일 부시 행정부내 여러 관리들을 인용, 월포위츠 총재에 대한 입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고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헨리 폴슨 재무장관을 중심으로 한 집단은 월포위츠 총재의 ‘버티기’가 길어질수록 세계은행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딕 체니 부통령, 칼 로브 백악관 정치고문 겸 비서실 차장으로 대표되는 보수집단은 월포위츠 총재를 끝까지 지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3의 집단은 스스로를 ‘비이데올로기적 보수파’로 여기는 백악관내 중간 관리들이다.
이들은 월포위츠 총재의 사퇴를 포함, 이 문제를 가장 빨리 매듭짓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조슈아 볼튼 백악관 비서실장과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 등이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한 관리는 “부시 대통령이 월포위츠 총재 사퇴파에 의해 설득된 듯 싶다가도 체니 부통령 등이 끼어 들면 논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곤 한다”고 내부 분열상을 전했다.
월포위츠 총재가 정부는 물론, 언론계, 학계의 신보수주의(네오콘) 세력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 이런 분열을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도 지적됐다. 부시 행정부 내에 세계은행의 역할을 이해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도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는 얘기도 나온다.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들은 17일 월포위츠 총재가 사퇴를 전제로, 불명예를 최소화하는 조건을 놓고 세계은행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의 부도덕성에 대한 비난을 완화하고 재임 중 업적을 인정하는 것 등이 사퇴 조건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월포위츠 총재는 이르면 17일 중 사퇴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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