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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 소방체험중 학부모 2명 어이없는 추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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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 소방체험중 학부모 2명 어이없는 추락사

입력
2007.05.17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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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에서 애들이 무섭다고 소리쳐도 아저씨들이 (바구니를) 덜컹거리며 좌우로 마구 움직였어요."

17일 서울 중랑구 원묵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참사는 소방 당국의 안전불감증이 초래한 전형적인 인재(人災)였다. 중랑소방서는 어린이와 학부모들 대상의 안전교육에 10년 가까이 된 노후 굴절 사다리차를 제공했고, 사고 원인이 된 와이어의 인장강도 검사는 한번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안전을 책임진 소방관들은 20m가 넘는 상공에서 안전모나 안전벨트 하나 없이 아이들을 바구니에 태웠고, 사고를 당한 3명의 여성 학부모를 태울 때도 소방관이 한명도 동승하지 않았다.

● 끊어진 와이어, 한번도 점검하지 않았다

이날 사고는 굴절 사다리와 소방관이 탑승하는 바구니 아래를 지탱해 주는 와이어가 끊어지면서 일어났다. 와이어가 갑자기 끊어져 수평을 유지하던 바구니가 중심을 잃고 뒤로 제쳐지면서 타고 있던 학부모 3명이 아래로 떨어져 정모(41)씨 등 2명이 숨졌고, 오모(36)씨가 크게 다쳤다. 현장에서 교육에 사용된 굴절 사다리차는 1998년에 제작된 노후 차량으로, 제작사가 부도 나 그 동안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차량 점검에도 허점이 드러났다. 서울 소방방재본부장은 "사고 차량이 올해 2월 21일 정기검사를 받았지만, 와이어 인장강도를 조사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정기검사 이후엔 차량 외부를 육안으로만 검사했으며, 문제가 된 와이어는 내구 연한이 없다는 게 방재본부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원인에 대해 "평소 하루에 서너 번 이상 사용하지 않던 바구니에 이날 하루에만 2시간 내내 120여명 이상을 태워 와이어에 무리가 갔을 가능성이 크다"며 목격자들과 현장 책임자들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 안전 장비는 물론 안전 규정도 없었다

'소방 안전교육'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현장에는 안전 장치가 전무했다. 가장 기본적인 장비인 안전벨트와 안전모는 아예 없었고, 추락에 대비한 매트리스도 준비되지 않았다. 바구니가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안전벨트만 착용했다면 죽음은 면할 수 있었다는 것이 목격자들의 얘기다.

특히 학부모 3명이 탔던 바구니에는 소방관이 한명도 타지 않았을 뿐더러 사전 안전교육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중랑소방서는 "성인이라 위험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소방관이 동승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소방관이 바구니를 위험하게 조작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바구니에 탔던 박모(12)양은 "바구니가 덜컹거릴 정도로 심하게 흔들려 일부 아이들이 무섭다며 울기도 했는데 계속 운행을 했다"고 전했다.

학부모들의 추락참사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이번 희생이 학교 행사에 학부모를 수시로 동원하는 관행을 없애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사이버 공간에는 급식 배식, 환경 미화, 등하굣길 교통정리 등 학교 행사마다 학부모를 부르는 열악한 교육 환경을 질타하는 글들이 쇄도했다.

손재언기자 이현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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