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우 / 문학과지성사80년 5월의 전면적 서사 "미쳐서 매달렸던 10년"
모든 소설가는 ‘단 한 편의 소설’ 때문에 쓴다. 평생 지워지지 않을 정신의 상처, 다음 생에까지 이어가고 싶은 사랑의 환희, 혹은 살의까지 가 닿는 증오를 다독이기 위해 원고지를 메우고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하기야 소설가 뿐일까, 쓰여지지만 않았을 뿐 ‘모든 인간의 묘비명 뒤에는 소설 한 편이 묻혀 있다’는 말도 있다.
임철우(53)에게 그 단 한 편의 소설은 <봄날> 이다. 봄날은 1980년 5월 16일부터 27일까지, 5ㆍ18을 전후한 열이틀 동안을 가리킨다. <봄날> 은 이 한정된 시간을 통해 온전히 재현한 광주민주화운동의 전모다. ‘5월20일 14:00, 금남로’ 식으로 시간ㆍ장소를 특정한 85개의 장으로 구성된 원고지 7,000매(5권)의 장편이다. 봄날> 봄날>
작가는 자신의 체험과 수많은 사람들의 증언, 자료에 바탕한 이 상황들이 모여 모자이크 벽화처럼 광주를 드러내도록 했다. 임철우의 서정적 문체에 실린 이 사실성이 <봄날> 을 ‘전면적인 광주의 서사’로 꼽히게 한다. 봄날>
“나는 스물여섯 살의 대학 4학년생이었다… 그 열흘 동안 나는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 몇 개의 돌멩이를 던졌을 뿐, 개처럼 쫓겨 다니거나, 겁에 질려 도시를 빠져나가려고 했거나, 마지막엔 이불을 뒤집어쓰고 떨기만 했을 뿐이다. 그 때문에 나는 5월을 생각할 때마다 내내 부끄러움과 죄책감에 짓눌려야 했고, 무엇보다 내 자신에게 ‘화해’도 ‘용서’도 해줄 수가 없었다.” 1997년 이 소설 출간 당시 인터뷰에서 임철우는 “꼬박 10년 동안 매달렸다. 이젠 너무 지쳤다. <봄날> 은 내 전부”라고 했었다. 그때로부터 또 10년이 흘러, 오늘은 5ㆍ18 27주년이 되는 날이다. 봄날>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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