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경의ㆍ동해선 열차시험운행을 바라보는 남북의 시각은 많이 달랐다. 북측은 가급적 조용하게 행사를 치르기를 원한 반면, 남측은 요란한 잔치 분위기였다. 이런 차이는 남측이 주관한 경의선 기념행사와 북측이 주관한 동해선 기념행사의 진행 과정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경의선 기념행사가 열린 문산역 행사장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행사 시작 전부터 취재진과 참석자 등으로 북새통을 이뤘고 수백 발의 폭죽이 터졌다. 애드벌룬이 하늘을, 한반도 지도가 행사장 바닥을 장식했다.
북측 참석자가 도착하자 고적대가 <반갑습니다> 등 북한 가요를 연주하며 반겼고,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가슴이 벅차고 감격스러운 순간"이라며 들뜬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반갑습니다>
반면 북측이 주관해 동해선 출발역인 금강산역에서 열린 기념행사는 별도의 부대행사 없이 조촐하게 진행됐다. 북측 사회자의 개회선언에 이어 박정성 북측 철도성 국장의 경과보고,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과 김용삼 철도상의 축하연설로 공식행사는 모두 끝났다.
인근 학교에서 100명의 남녀 학생들이 축하행사에 참석했으나 굳은 표정으로 박수만 칠 뿐이었다. 행사가 예정시간보다 40분이나 빨리 끝나버리는 바람에 승객들은 열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환담을 나누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동해선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도착한 명계남씨는 탑승자 명단에 이름이 올라 논란이 된 것에 대해 "모르겠다"고 하다가 잠시 후 "나는 바다이야기 대표로 온 사람이다. 나는 바다이야기 이후 죽은 사람"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오전 11시 30분 경의선에서 남한 열차가 출발을 알리는 기적을 울리며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열차 출발에 맞춰 오색축포가 쏘아 올려지고, 도라산역으로 가는 철로변과 인도, 다리 위, 아파트 베란다 할 것 없이 인근 파주 시민들이 몰려나와 손을 흔들며 열차를 환송했다.
열차가 도라산역을 지나 낮 12시 18분 군사분계선(MDL)을 통과하자 남측 배기선 열린우리당 의원이 "역사적인 순간에 노래라도 불어야 하지 않겠냐"고 제안했고, 이에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합창하며 남북은 하나가 됐다. MDL을 넘는 순간 객차에서는 우레 같은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재정 장관은 흥분된 목소리로 "이제 MDL은 분단선이 아니라 평화의 선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리의>
북한 금강산역에서 같은 시간 출발한 동해선 북한 열차는 이에 비하면 훨씬 조용한 분위기에서 운행됐다. 열차가 금강산역을 빠져나가자 역 주변의 북한 주민들은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열차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봤으나 이내 일상으로 돌아갔다.
동해선 열차에 탄 남한 승객들은 바깥 풍경보다는 마주 앉은 북한 사람들과 이야기 꽃을 피우는 데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곳곳에서 환담이 오가고 웃음소리가 들렸지만 경의선의 흥겨운 분위기는 아니었다.
낮 12시 21분께 MDL을 통과한 열차는 갑자기 속도를 내기 시작하더니 10여분 만에 종착역인 제진역에 도착, 비무장지대(DMZ)를 열차로 달려 통과하는 기쁨을 음미할 여유조차 주지 않았다.
경의선 승객들은 오후 1시께 개성역에 도착, 개성 시내 자남산 여관에서 공동 오찬을 했다. 이 자리에서 북측 권호웅 단장은 "외세가 끊어 놓은 철길을 우리 민족의 힘으로 다시 이었다.
이것은 하나의 사변이다"며 건배를 제의해 기립박수를 받았다. 오찬 후 이들은 선죽교를 관람하고 오후 3시께 개성역을 출발했다. 동해선 승객들은 오후 1시께 남측 동해선 도로출입사무소에서 공동오찬을 하고 오후 3시께 북한 열차는 귀환을 위해 제진역을 떠났다.
공동취재단=신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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