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와 경유 등에 붙는 세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지적(본보 5월14일자 6면 ‘기름 넣으러 가세요? 아니, 세금 바치러 갑니다’)에 대해 재정경제부가 오히려 ‘에너지 절약 노력이 미흡하다’는 자료를 내 시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인터넷엔 이를 성토하는 네티즌의 글이 쇄도하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유류세 인하를 쟁점화하겠다고 밝히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재경부는 최근 내놓은 ‘보도참고자료’에서 “국내 유류소비가 지난 2년간 감소하지 않는 등 에너지 절약노력이 미흡하다”며 “세금을 인하하기 보단 에너지 절약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외환위기 당시 세수확보 차원에서 올린 교통세를 10년이 되도록 내리지 않아 국민들의 부담이 너무 큰 만큼 세금 좀 좀 낮춰 달라는 호소에 국민들이 아껴쓰지 않는 게 문제라며 세금은 내릴 수 없다고 한 것이다.
이러한 재경부 입장은 그렇지 않아도 고유가로 고통 받는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재경부 홈페이지에는 이를 성토하는 네티즌의 글이 100여건을 넘어섰고, 총 조회수는 수천건에 돌파했다. 아이디 ‘이예성’의 한 네티즌은 “기름값 비싸면 차 타고 다니지 말라는 게 정부가 할 소린가”라며 “지금처럼 힘들 때는 국가가 국민의 짐을 좀 덜어주고 함께 가야 한다”고 밝혔다.
‘자유발언자’란 아이디의 한 네티즌도 “정부가 기름에 세금을 많이 부과하는 것은 아무리 세금을 올려도 기름은 안 넣을 수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며 “과도하게 세금을 매기면 당연히 소비가 줄면서 세금도 감소하게 될 텐데 그러면 또 손쉬운 기름에 세금을 더 부과할 것이냐”고 지적했다.
‘정석호’란 아이디의 네티즌도 “생계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차를 운행해야 하는 대다수 서민들에게 현재의 기름값은 죽으라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며 “탄력세율이라도 적용, 부담을 낮춰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경부는 또 이 자료에서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국내 휘발유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며 그 이유가 종량세 과세 체계 때문이란 주장까지 폈다. 휘발유 ℓ당 일정액(현재 526원)을 부과하는 현재의 종량세 구조론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는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 세금도 함께 오르는 종가세 과세 체계를 염두에 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어 주목된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선 국제 유가가 높으니 다시 더 많은 세금을 걷을 수 있는 종가세로 가겠다는 뜻이 아니냐며 의심하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도 이러한 여론을 감안, 6월 임시국회에서 유류세 인하를 적극 추진키로 했다. 이주영 정책위의장 대행은 16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운전자들은 주유소에 기름을 넣으러 가는 게 아니라 세금을 넣으러 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거두기 쉽다는 이유로 서민들 부담이 많은 간접세를 계속 유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곽성문 한나라당 의원도 “2000년에서 2005년까지 5년간 유류 관련 세금 총액은 17조1,125억원에서 24조3,006억원으로 무려 42%나 폭증했다”며 “고유가로 인한 서민들 고통을 외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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