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ㆍ18 광주 민주화운동 27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범여권 대선주자들이 광주로 총출동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 정동영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한명숙 전 총리, 천정배 민생정치모임 대표 등이 이날 동시에 광주를 찾자 "범여권 대선주자 경선이 광주에서 시작된 것이냐"는 얘기까지 나돌았다.
이들은 대부분 1박2일 일정으로 범여권의 핵심 기반 지역인 광주를 찾아 민심을 탐방하고 5ㆍ18 영령을 기렸다. 광주 출신의 한 의원은 "5월 광주의 민주ㆍ인권ㆍ평화ㆍ개혁 정신을 이어 받는 사람만이 범여권 대선후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에 광주를 찾는 것 아니겠느냐"고 풀이했다. 또 5ㆍ18은 범여권의 공통분모인 만큼 대통합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이날 광주에서는 그런 기운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광주 지역 원로들이 제안한 열린우리당ㆍ중도개혁통합신당ㆍ민주당 등 범여권 3당 연석회의는 민주당의 거부로 무산됐다. 범여권 대선주자들의 운정동 국립 5ㆍ18 민주묘지 공동 참배도 성사되지 못했다.
대신 각 대선주자들은 5ㆍ18 정신의 계승자를 자임하며 각개 약진했다. 손 전 지사는 이날 조선대 특강을 시작으로 19일까지 광주에 머무를 계획이다. 그는 "민자당에 있을 때도 유일하게 5ㆍ18 기념일마다 광주에 와서 참배했다"며 "5ㆍ18은 민주주의의 위대한 정신이고 우리의 자랑"이라고 말했다.
정 전 의장은 이날 5ㆍ18 묘지에서 참배하고 "5ㆍ16 쿠데타 후계 세력이 5ㆍ18 정신을 이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자신과 대립해온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하는 5ㆍ18 본행사에는 빠지기로 했다.
김 전 의장은 오월어머니집을 방문하고 광주 시민 주먹밥 나누기 자원봉사 행사에 참여한 뒤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5ㆍ18 추모 행사와 전야제를 지켜봤다. 한 전 총리는 전남대 평생교육원에서 강연을 했다.
한편 우리당 정세균 의장과 민주당 박상천 대표는 이날 밤 범여권 통합의 방법론 등을 놓고 서로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정 의장은 광주 무등파크 호텔에서 열린 당원간담회에서 "박 대표는 대통합에 뜻이 없다"면서 "민주당은 햇볕정책에 의구심을 갖고 자신감도 없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홍재형 최고위원은 박 대표를 "한나라당 2중대를 하겠다는 사람" 으로 지칭하기도 했다. 박 대표도 같은 장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햇볕정책을 계승하지 못한 쪽은 (대북송금) 특검수사를 한 열린우리당"이라고 맞불을 놓았다.
광주=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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