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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에베레스트에서 순직한 두 산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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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에베레스트에서 순직한 두 산사나이

입력
2007.05.17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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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석 에베레스트 원정대가 정상 도전을 눈 앞에 두고 동료 2명을 가슴에 묻은 채 발길을 돌렸다. 갑작스런 눈사태로 목숨을 잃은 오희준 부대장과 이현조 대원의 불행은 너무도 안타깝고 애석한 일이다. 그들은 아무도 엄두를 내지 못했던 에베레스트 남서쪽 수직절벽에 ‘코리안 신(新)루트’를 내려던 베테랑 산악인들이었다. 함께 간 대원들과 똑 같은 비통한 심정으로 애도하며, 그들의 명복을 빈다.

박영석 원정대의 목표는 해발 8,848m 정상에 오르는 것만이 아니었다. ‘한국 산악계의 대업을 위한 헌정(獻呈)’이라는 기치가 말해주듯 세계의 지붕에 한국인의 도전ㆍ개척정신을 아로새기는 것이었다. 가장 어려운 코스인 남서벽을 선택하고, 세계의 산악인들이 우회하는 2,500m 수직절벽을 등정로로 잡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1977년 유신 치하의 그 암울했던 시기에 고(故) 고상돈씨가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섰던 쾌거를 30년 만에 이어 받는 의미도 있다.

“1%의 가능성만 있다면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신념을 지켰던 오 부대장과 진한 동료애와 성실함으로 세계의 거봉에 올랐던 이 대원을 잃은 것은 산악계의 커다란 손실이며 깊은 슬픔이다. 그러나 그들의 용기는 에베레스트 남서벽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온갖 시련과 악조건을 이겨내며 코리안 루트를 절반 이상 개척해 낸 원정대에 경의를 표한다.

산사나이들의 도전은 원래 우직하고 순수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상에만 오르면 된다는 ‘피크 헌팅(peak hunting)’을 배격한다. 이번 원정대는 보다 어려운 루트를 선택하고 좀더 새로운 코스를 개척하려는 순수 알피니즘(alpinism)과 등로주의(登路主義)의 참된 의미를 다시 일깨워 주었다. 자연의 무한함과 무서움, 자연 앞에 겸손해야 할 인간의 나약함을 다시 생각하면서도 우리가 자부심과 긍지를 이야기하는 것은 두 산악인이 남긴 메시지가 너무나 뚜렷하기 때문이다. 산사나이들은 산에서 순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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