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배 상태에서도 신출귀몰한 수법으로 송유관 기름을 훔쳐 팔아온 유류 절도계의 대부가 4년 만에 붙잡혔다.
경북경찰청은 17일 4개의 유류 절도단을 조직해 2003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27억여원의 송유관 기름을 훔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위반)로 정모(49ㆍ경북 영천시)씨를 구속했다.
정씨는 2003년 초 영천시 북안면을 지나는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1년 가까이 8억여원의 휘발유를 훔치는 등 지금까지 4개 지점에서 507회에 걸쳐 236만ℓ 27억원 상당의 기름을 훔쳐 판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 일당은 2003년 말 경찰에 적발돼 조직원 대부분이 붙잡히고 총책 정씨도 수배됐다.
하지만 정씨는 이듬해 초 부산에서 150만원을 주고 신분증을 위조한 뒤 지난해 5∼8월 칠곡군 석적면에서 15억원, 경산시 진량면에서 3억원 어치의 기름을 더 빼냈다.
정씨는 물류창고로 위장한 건물에서 땅을 파 유류 절도에 나섰으며 일반 트럭을 탱크로리로 교묘하게 위장해 훔친 기름을 수송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정씨는 영천시 모 주유소를 인수해 훔친 휘발유를 팔았으며, 조직원들은 하루 20만∼30만원의 일당을 주며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정씨가 휴대폰과 신분증을 타인 명의로 하고 고급승용차를 타고 다니며 사업가 행세를 하는 바람에 검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구=정광진 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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