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이 잇따라 한국에서 거론되고 있는 남북 정상회담 및 남북미중 4국 정상회담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도 16일 통일부를 전격 예방해 남북관계에서 한국정부가 ‘과속’을 하고 있다는 미 정부의 우려를 전달하고 한미 양국의 공조를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핵 6자회담 미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14일(현지시간) 방미중인 신기남 국회 정보위원장을 만나 “남북관계와 6자회담은 같이 가야 한다”면서 “남북 정상회담은 필요하면 할 수 있지만 북한이 6자회담에 열의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고 신 위원장이 15일 전했다.
힐 차관보는 이어 4국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지금은 북한이 어떠한 선의도 보여준 바가 없기 때문에 그 같은 회담을 개최하기에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힐 차관보는 다만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을 복귀시키고 사찰 프로그램에 합의, 영변 원자로와 재처리시설 등을 폐쇄하고 이를 검증을 받는 데 동의해야만 북한이 진정한 변화의 길을 간다고 확신할 수 있다”며 “그런 상황이 되면 정상회담 등에 대한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신 위원장이 전날 만난 데니스 와일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 보좌관도 “남북 정상회담은 북한의 비핵화 이행을 지켜보면서 한미간에 시기문제를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4국 정상회담은 영변 재처리시설의 불능화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 역시 16일 이재정 통일부 장관을 전격 방문해 “한국정부와 미국정부는 남북화해협력과 6자회담 합의이행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이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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