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어린이 펀드’는 이름 뿐이었다.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어 어린이보다 오히려 부모들의 재테크 수단이었고, 교육 프로그램과의 연계도 미미했다. 특히 대부분 일반 주식형 펀드여서 어린이의 성격과 특성에 부합하는 공공성과 교육성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펀드의 보수(수수료)도 일반 펀드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어린이 펀드가 별반 인기를 끌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4월말 현재 어린이 펀드의 수탁고는 7,946억원. 자산운용회사 총 수탁고(237조원)의 0.3%에 불과하고, 펀드 수도 19개에 그치고 있다. 수요는 있지만 기대를 충족시키는 상품이 없어 외면을 받은 셈이다.
앞으로는 진정한 의미의 ‘어린이 펀드’가 선을 보이게 된다. 이 같은 문제점이 지적됨에 따라 금융감독 당국이 메스를 들이댔기 때문이다. 자녀들이 어릴 때부터 금융과 경제에 대한 올바른 교육을 받고, 꾸준한 소액 적립을 통해 학자금 등 목돈을 마련하는 방법을 일깨워주고 싶은 부모라면 새로운 형태의 어린이 펀드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우선 이르면 6월부터 어린이 펀드의 가입 연령이 18세 이하로 제한되고, 펀드의 환매도 19세가 돼야 가능해진다. 중도 환매가 허용될 경우 꾸준한 적립을 통해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 장기 투자의 취지와 어긋날 수 있기 때문이다.
펀드의 운용도 일반 펀드와는 차별화된다. 예를 들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나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기업에 투자하도록 함으로써 교육적 효과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내가 투자한 돈이 얼마나 건전하게 운용되고 있는지를 확인함으로써 건전한 경제 인식을 키우게 될 수 있다”는 게 감독당국의 생각이다.
다양한 경제 교육 프로그램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등 어린이 펀드에 걸맞은 부가 서비스도 적극 개발할 계획이다. 펀드에 가입한 어린이들에게 상해보험을 가입해주고 국내외 견학, 경제연수 프로그램 참여, 경제교실 운영, 모의투자대회 개최 등의 부가 서비스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어린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투자설명서와 자산운용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은 물론 자산운용협회 등 업계와 공동으로 교육, 홍보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펀드 운용 보수도 일반 펀드에 비해 낮게 조정된다. 장기 투자 시에 기간이 지날수록 보수 수준을 낮춰가도록 하고, 펀드 자산 운용의 회전율을 줄여 비용 감소를 유도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현재 2%대가 넘는 총보수를 1%대로 낮출 계획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어린이 펀드는 장래 교육자금 마련은 물론 자본시장에 장기 안정적인 수요 기반을 제공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이번 제도 변경으로 청소년에게 올바른 저축ㆍ투자 습관과 금융ㆍ경제 마인드를 심어주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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