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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용의 책, 산 그리고 자연이야기] <9> 산악도서 만들며 20년… "오늘도 내일도 산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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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용의 책, 산 그리고 자연이야기] <9> 산악도서 만들며 20년… "오늘도 내일도 산에 든다"

입력
2007.05.16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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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좋아 산을 오르는 인구가 1,000만 명이라고 한다. 서울 주민의 절반은 등산을 즐긴다고 한다. 두, 세 명만 모이면 산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렇게 서민적이고 경제적인 운동이 어디 있겠는가.

출판계도 예외가 아니어서 많은 출판인이 산을 찾는다. 나는 산을 좋아하는데다 특히 산악도서를 20여년 동안 내다 보니 출판계에서는 본의 아니게 전문 산악인으로 알려졌다. 출판계에는 27년 역사의 한국출판인산악회를 비롯해 출판계 영업자와 영업자 출신 대표가 중심이 된 출건산악회, 출판계와 서점을 묶어주는 막가산악회 등이 있다.

한국출판인회의 산악회도 그 중 하나다. 10년 전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출판계 역시 큰 어려움에 처했다. 다들 어떻게 해야 하나 고심하다가 이듬해 주로 단행본을 내는 300여 출판사가 모여 출판계 유통과 구조적 문제 등에 대해 공동대응하기로 하고 한국출판인회의를 발족시켰다.

그때 출판인회의의 탄생을 기념, 출판인 80여명이 북한산 향로봉으로 산행에 나섰다가 뒤풀이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산악회를 조직했다.

김태진 다섯수레 대표가 회장에 위촉됐고 홍순종 중명출판사 대표가 총무, 내가 등반대장으로 선임됐다. 출판인회의 회원 모두에게 산악회원의 자격이 주어졌고 산행에는 출판사 대표는 물론 그 가족과 직원, 그리고 회원이 대동하는 필자와 기자, 관련 업종 종사자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나는 등반대장으로서 산에 대한 지식을 기꺼이 이 모임에 쏟기로 했다. 산악도서를 출간하고 등산학교를 나왔으며 전국에 많은 산 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다른 출판인보다 상대적으로 산에 대한 정보나 지식이 많은 편이었다.

우리는 산행을 하되 친환경적으로 하려했고 영월 동강댐 문제로 시끄러울 때는 기차 한량을 세내 그곳을 답사했다. 홍순종 총무의 헌신적인 활동으로 산행은 늘 좋은 분위기에서 진행됐으며 강맑실 사계절출판사 대표는 계절에 따른 숲 해설로 큰 인기를 얻었다.

출판인회의 산악회의 최고 인기 산행은 6월의 2박 3일 지리산 종주이다. 2박 3일 동안 불편한 조선 속에서 함께 먹고 잠으로써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해마다 실시하는 지리산 산행에서 아직 한명도 탈락자가 없었다. 안전하게 하산한 뒤의 기쁨을 잊을 수 없어서인지 올해도 벌써부터 이를 기다리는 회원이 많다.

나는 등반대장을 거쳐 전임 회장의 권유로 회장 직을 맡았다. 김언호 한길사 대표, 이기웅 열화당 대표, 윤형두 범우사 대표, 박맹호 민음사 회장, 김현표 미진사 대표 등 쟁쟁한 출판인들을 고문으로 모셨고 김혜경 푸른숲 대표, 이승용 홍익출판사 대표, 황근식 아침나라 대표 등을 부회장으로 위촉했다. 금년에는 송영석 해냄출판사 대표가 3대 회장으로 취임해 7월 중 해외 원정을 꿈꾸고 있다. 선임 부회장인 들녘의 이정원 대표는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이 됐다.

우리는 출판이라는 지식 산업의 동반자로서, 함께 산을 오르며 서로 등을 두드려주고 격려한다. 겉으로만 보면 심한 경쟁을 벌일 것 같지만, 이렇듯 우리는 산을 매개로 매우 가깝게 지낸다.

우리 선조는 산을 오른다고 하지 않고 산에 든다고 했다. 그만큼 겸손한 자세로 자연에 순응한 것이다. 현대를 사는 우리들도 이런 자세를 배워야 한다. 나는 오늘도 산과 더불어, 자연과 더불어 살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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