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강산이 아니었다./ 강산들 그 자체가 끊어져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중략) 그것은 바람 탓이었다./ 세기의 세계들을 미쳐 들뜨게 한 동서남북 병들은 바람 탓이었다./ 그것은 바로 우리들의 어설핀 이념 탓이었다.’(박두진의 ‘우리를 지금까지 갈라놓았던 것들’ 중에서)
이념의 벽에 가로막혀 반세기 넘게 달리지 못했던 남북의 열차가 마침내 17일 휴전선을 가로질러 남북을 오간다.
경의선 열차는 1951년 이후 56년 만에, 그보다 1년 먼저 철로가 끊겼던 동해선 열차는 57년 만에 각각 남에서 북으로, 북에서 남으로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를 넘어 남북을 달리게 된다.
남북이 2000년 6ㆍ15 정상회담 이후 가진 제1차 장관급회담에서 열차 시험운행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이후로도 시험운행이 이뤄지기까지 7년이 흘렀다.
남측 열차는 17일 오전 11시30분 남북한 인사 150명을 태우고 문산역을 출발, 12시10분께 군사분계선을 통과해 북한의 개성역까지 27.3㎞의 경의선 연결구간을 달려간다.
같은 시간 금강산역을 출발한 북측 열차는 삼일포역, 감호역을 거쳐 이날 정오께 군사분계선을 통과, 남측 제진역까지 동해선 25.5㎞를 달려온다.
이에 앞서 남북은 오전 10시45분부터 각각 문산역과 금강산역에서 역사적인 열차시험운행을 자축하는 기념행사를 열 예정이다. 경의선 열차 탑승자들은 개성에 도착한 뒤 자남산여관 오찬, 선죽교 관람 등을 마치고 오후 2시40분 개성역을 출발해 남측으로 돌아온다.
남북은 이날 행사의 군사적 보장을 위해 16일 오전 개성에서 양측 탑승자 명단을 최종적으로 교환했고, 동해선에 탑승하는 남측 인사들은 설레는 가슴을 안고 이날 오후 속초로 출발해 하룻밤을 묵었다.
신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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