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렵하면서도 미끈하게 생겼다. 바람을 가르는 유선형 외관은 우리나라 토종물고기인 산천어를 닮았다고도 한다. 시간당 최고 350㎞를 달린다는 것이 좀처럼 실감나지 않는다.
부산 벡스코에서 16일 개막된 ‘2007 부산 국제철도 및 물류산업전’에서 한국형 고속전철 KTX-Ⅱ가 그 위용을 처음 드러냈다.
현대ㆍ기아차그룹 계열사인 로템은 이 열차를 순수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했다. 로템은 지난해 6월 경부고속전철 KTX의 원천기술 업체인 프랑스 알스톰사를 제치고 2009년 개통 예정인 호남전라선에 투입될 고속전철을 수주했는데, 1년도 채 되지 않아 KTX-Ⅱ를 개발하는 개가를 일궈냈다. 이 열차의 부품 국산화율은 무려 92%에 이른다.
KTX-Ⅱ는 디자인부터 독특하다. 로템 관계자는 “청정한 1급수에만 서식한다는 산천어를 디자인으로 형상화함으로써 고속전철이 공해 없는 친환경적 교통수단임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내부 공간은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기존 KTX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역방향 좌석의 불편사항(주행시 어지러움을 유발하는 현상)이 개선돼 전 좌석이 회전할 수 있게 설계됐다. 좌석간 거리도 넓어져, 앉아도 앞좌석 등받이에 다리가 닿지 않는다. 좌석간 거리가 기존 930㎜에서 980㎜로 50㎜가량 넓어졌다. 실내조명도 한층 밝아져 내부가 이전 모델 보다 커진 듯한 느낌을 준다.
KTX-Ⅱ의 최고속도는 시속 350㎞. 이 정도면 현재 상용화된 고속전철 중 최고 수준이다. 이번 KTX-Ⅱ의 독자개발은 우리나라가 프랑스 일본 독일에 이어 네 번째로 ‘350㎞클럽’에 가입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로템은 2012년을 목표로 400㎞에 도전중이다.
로템은 2008년4월까지 총 100량의 KTX-Ⅱ를 제작할 계획. 내수용에 그치지 않고 미국, 터키, 브라질, 중국 등 해외 시장에 선보인다는 중장기 비전을 가지고 있다. 특히 부산을 시발점으로 한 아시아횡단철도(TAR) 건설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실제 이날 전시회에선 국내외 대형 바이어들이 KTX-Ⅱ에 높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운송위원회 겐나디 베소노프 위원장은 이여성 로템 부회장 등을 만나 KTX-Ⅱ과 관련된 향후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또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의 지하철 건설공사 칸 니콜라이사장과 지하철 설계위원회 멜니크 알렉산더 회장을 비롯해 그리스 국철사장, 아테네 지하철공사사장, 시베리아철도대학 총장, 프랑크푸르트 공항운영공사 이사, 방글라데시철도청장 등 주요 인사들도 잇따라 로템측과 협의를 가졌다.
이여성 부회장은 “터키, 브라질, 미국에서 KTX-Ⅱ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 조만간 구체적인 결심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KTX-Ⅱ를 통해 향후 아시아횡단철도, 시베리아횡단철도 사업에 참여할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부산=유인호 기자 yi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