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속에 엉켜 있던 응어리를 시원하게 토해내는 ‘한방’이었다.
이승엽(31ㆍ요미우리 자이언츠)이 16일 요코하마 구장에서 열린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시즌 9호 역전 3점포를 쏘아올렸다.
지난 8일 한신 타이거즈전에서 8호 아치를 그린 뒤 7경기, 8일 동안의 긴 침묵을 깨는 의미 있는 홈런. 7경기 중에는 5경기 무안타의 ‘울분’도 섞여 있어 이승엽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얍!’하는 탄성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2번 타자 다니 요시토모의 적시타로 힘겹게 1-1 동점을 만든 6회 2사 1ㆍ2루. 프로 6년째의 우완 선발 데라하라 하야토와의 세 타석째 대결이었다. 볼카운트 0-2에서 높게 들어온 슬라이더가 파울이 되자 얼굴을 찌푸린 이승엽은 2-2에서 5구째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으로 들어온 포크볼에 방망이를 돌렸다.
스윙이 도중에 멈추는 듯했지만 체중이 앞으로 조금 쏠리면서 그대로 방망이가 돌았고, 타구는 쭉쭉 뻗어 오른쪽 스탠드 위로 넘어갔다.
순간 덕아웃에 있던 요미우리의 하라 다쓰노리 감독은 홈런이 경이롭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이승엽을 맞으러 덕아웃 앞으로 나왔다.
데라하라는 이승엽에게 결정타를 허용한 뒤 힘을 잃었고, 다음 타자인 니오카에게 연속타자 홈런을 맞고 무너졌다.
이승엽은 전날 요코하마와의 원정 1차전에서 5경기 22타석의 침묵을 깨는 2안타에 이은 홈런포를 쏘아올려 그 동안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5월 사나이’에 대한 희망을 건져 올렸다.
이승엽은 1회 첫 타석에서는 몸쪽 슬라이더를 잘 쳤지만 내야수의 호수비에 막혔고, 4회 1사 1ㆍ3루에서는 타구가 투수 정면으로 날아가는 불운으로 병살타가 됐다. 8회는 삼진. 이승엽은 일본에서 통산 100홈런에 6개 차이로 접근했다.
4타수 1안타 3타점 1득점을 올린 이승엽은 시즌 타율 2할4푼7리(162타수 40안타)에 26타점을 기록했다. 선발투수 가네토 노리히토와 함께 공동 MVP로 선정된 이승엽은 “오랜만에 4번 타자 역할을 한 것 같아 너무 기쁘다. 홈런을 친 공은 포크볼이었는데 제대로 떨어지지 않았다.
그 동안 하라 감독과 팬들에게 정말 죄송했는데 요코하마 경기를 통해 타격감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라 감독은 “중요한 순간에 의미 있는 홈런을 쳤다. 앞으로 좋아질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승엽의 ‘부활’을 반겼다. 요미우리는 8-5로 이겼다.
이병규도 1안타·결승 득점
한편 주니치 이병규는 이날 야쿠르트와의 홈 경기에서 볼넷 1개에 3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결승득점을 올린 이병규의 타율은 2할5푼3리(146타수 37안타)로 조금 올랐다. 야쿠르트를 5-3으로 물리친 주니치는 요코하마를 제치고 요미우리에 이어 센트럴리그 2위로 올라섰다.
도쿄=양정석 객원기자(일본야구 전문) jsyang0615@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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