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16일 공식 취임했다. 프랑스의 전후 세대로 첫 대통령이 된 그는 앞으로 5년간 높은 실업률과 좌우 이념으로 갈라진 프랑스를 하나로 통합하고 개혁해야 하는 막대한 임무를 안게 됐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취임식은 각국의 고위급 친선사절이 대거 참여하는 미국이나 한국의 화려한 대규모 행사와 달리 소박하게 진행됐다. 오전 11시 대통령 관저인 파리의 루이14세 광장 옆 엘리제궁에서 그는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직 공식 이양 절차인 핵무기 코드를 전달 받고, 국정현안을 설명 받았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21발의 예포가 발사되는 가운데 취임연설을 했다. 그는 "프랑스의 독립과 정체성을 지키겠다"며 "일과 노력, 장점, 존경의 가치를 회복하고 불관용을 극복해 프랑스를 통합시키자"고 말했다. 그는 또 "국민이 요구한 변화를 위해 무기력함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어 프랑스 대통령 취임 전통에 따라 개선문의 무명용사 묘를 참배하고 횃불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샹젤리제 거리의 샤를 드골 장군 동상에 헌화하고 파리 외곽 볼로뉴숲에 있는 2차대전 당시 독일군이 레지스탕스를 처형했던 장소를 방문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공식 취임행사를 끝낸 뒤 곧바로 독일 베를린으로 날아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회담을 갖고 양국 현안을 논의한 뒤 밤에 파리로 돌아왔다. 유럽 중원의 앙숙이자 친밀한 이웃인 독일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날 취임식은 이슬람 테러단체인 알 카에다의 하부조직이라고 주장하는 한 단체가 테러공격을 감행하겠다고 경고, 파리 시내 곳곳에 무장 경찰이 배치되는 등 삼엄한 경계 속에 진행됐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아버지 고향인 헝가리 동부 알라타얀도 이날 흥분된 분위기였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사르코지의 할아버지는 부다페스트에서 동쪽으로 100㎞떨어진 알라타얀에서 저택과 봉토를 소유한 귀족이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업무 시작 첫날인 17일 온건파 프랑수아 파비용을 총리로 임명하는 등 조각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미 장관직 절반 감축과 함께 미국처럼 10~15명의 보좌관직을 신설하는 등 정부 구조개편을 단행, 대통령 권한을 강화키로 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이는 대통령이 직접 개혁을 진두지휘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시라크 전 대통령은 임기 만료 하루 전인 15일 저녁 12년간의 엘리제궁 생활을 포함한 40년간의 정치인생을 마감하는 고별 TV 연설을 통해 국민에게 단합과 프랑스에 대한 자부심을 당부했다. 그는 "국가는 하나의 가족"이라며 "프랑스는 기회 균등, 유럽 통합의 동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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