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열차 시험운행이 이뤄진다. 녹슨 철로를 달려 휴전선과 비무장지대를 넘는 열차의 모습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고 아리다. 동해안에 금강산 가는 도로가 뚫린 지 여러 해지만,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문구처럼, 열차 시험운행의 상징적 의미는 줄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그 동안의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험운행을 기쁜 마음으로 지켜보고자 한다. 아울러 이번 시험운행이 한 차례의 값비싼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적어도 개성공단과 금강산에 필요한 물자와 관광객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정기적 열차 운행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우리의 꿈은 우선 여기까지다. “남북 철도 정식 개통과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연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의 다짐처럼 내친 김에 북한 땅 너머 시베리아로 달리는 광경을 꿈꾸어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꿈은 그 동안 열차 시험운행을 성사시키기 위해 치러야 했던 비용과 북한 핵 문제라는 엄연한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열차 시험운행의 의미를 강조하는 보조장치로야 유용하지만, 구체적 실현 가능성을 점치기 어려운 일방적 희망사항으로 끝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시험운행을 바라보는 남측의 눈길과 달리 북측은 주판알 튕기기에 열심이다. 시험운행 직전 정부가 쌀과 경공업 원자재 등 2,400억원 규모의 대북 지원을 최종 결정한 것이 열차 시험운행과 무관할 수 없다. 아무리 ‘돈으로 정(情)을 사는’ 게 남북 관계의 기본공식이라도, 무한정 거듭될 수는 없다.
또 미국측이 ‘동전의 양면’, ‘철로의 두 궤도’라고 지적했듯 남북 관계는 북한 핵 문제와 따로 떨어지기 어렵다. 북핵 문제 해결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남북 관계의 ‘과속ㆍ돌출’ 우려가 커져서는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열차 시험운행은 꿈과 현실의 괴리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또한 그 괴리를 메울 북측의 근본적 자세 변화는 꿈꾸기가 아니라 현실적 접근에 의해 유인될 뿐임을 일깨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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