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윤증현, 금감원장 3개월 남기고 '마지막 카리스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윤증현, 금감원장 3개월 남기고 '마지막 카리스마'

입력
2007.05.16 23:32
0 0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이 16일 시중은행장들과 만났다. 2004년 8월 취임 상견례 이후 처음이다.

격의 없고 화기애애한 자리였지만 메시지는 강력했다. 신용카드 과열 마케팅, 주택담보대출 리스크, 중소기업 대출 쏠림 현상, 단기 외채 증가 등 금융시장 불안 요인을 총망라한 ‘경고’였다.

“평소 훌륭한 심판은 휘슬을 잘 불지 않는 심판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 되도록 시장 자율에 맡기려고 했다”는 오프닝 멘트는 윤 위원장이 임기(8월4일)가 석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왜 ‘휘슬’을 불게 됐는지에 대한 역설이다.

눈 앞의 이익에 급급해 제 살 깎기 식 과당 경쟁을 일삼는 은행들의 영업행태에 대해 마지막 경종을 울리고 싶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평가가 엇갈리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생명보험사 상장, 금산분리 완화 공론화 등 강력한 뚝심으로 임기 중 뜻한 바를 상당 부분 이뤄낸 ‘성공한 금감위원장’으로서의 자신감으로도 비춰진다.

이날 윤 위원장이 시중은행장들에게 주문한 내용은 여러 갈래였지만, 본질은 하나로 모아진다.

외형 위주의 과당 경쟁에 집착하지 말고 ‘글로벌 플레이어’로 거듭날 수 있도록 긴 안목을 가지고 영업을 해달라는 것이다. “외국에 나가보면 한국은 몰라도 삼성전자를 아는 외국인들이 많은데 금융 부문에서는 왜 삼성전자 같은 세계적인 금융회사가 없는 것이냐”(지난해 6월 직원 간담회)는 평소 고민에 대한 자문자답의 성격이다.

세부적으로는 최근 줄기차게 지적돼 온 은행 영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2003년 카드 사태의 교훈을 벌써 잊어서는 안 된다”며 신용카드사간 과도한 경쟁을 지적했고, “집값 급락과 금리 상승에 대비한 가계대출의 사전적 위험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며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높일 것을 주문했다. 자산 규모를 늘리기 위해 은행채를 대규모로 발행하는 것이 은행의 수익 구조나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경고했다.

그렇다고 규제 일변도의 경고만 한 것은 아니다.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중소기업 대출에 대해서는 “생산적인 부문에 대한 자금 공급 확대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해 주택담보대출처럼 무작정 억누르진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단, 중소기업의 생산활동에 필요한 자금 수요를 초과해 경쟁적으로 대출이 이뤄질 경우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여신 심사와 사후 관리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감기에 한번도 걸리지 않은 사람보다는 감기에 걸려도 스스로 이겨내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진정 ‘건강한 사람’이듯이 리스크를 적극 관리해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3년 전 윤 위원장은 시중은행장 상견례에서 “금융이 실물을 리드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다. 단기적인 수익성에만 매달리지 말고 보다 적극적으로 실물경제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임기를 불과 2개월여 앞둔 이날 시중은행장과의 두번째 만남에서의 주문 취지도 비슷했다. 외풍(外風)이 거센 금감위원장 자리의 임기를 채울 첫 금감위원장으로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의미일 지도 모른다.

■ 현금서비스 포인트 적립 제동

금융감독 당국이 신용카드사의 과도한 마케팅 경쟁에 대해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포인트 적립 마케팅이 금지될 전망이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16일 시중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현금 대출에 대한 포인트 제공 등 대출 서비스에 대한 무분별한 마케팅을 자제해 달라"고 주문했다.

최근 우리은행이 출시한 '우리V카드'는 현금서비스 5,000원당 항공 마일리지 1마일을 적립해 주는 등 카드업계 최초로 현금서비스 포인트 제도를 도입했다. 현금서비스 100만원을 받을 경우 200마일의 항공 마일리지가 적립되는 셈이다. 또 골프 서비스의 경우 현금서비스 1만원당 1야드를 적립해 그린피를 지원해주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현금서비스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함에 따라 다른 카드사로 급속히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 사전적으로 경고가 이뤄진 것으로 보면 된다"며 "우리은행의 현금서비스 마일리지에 대해서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