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천재 음악가 칸노 요코(40)가 최근 한국을 찾았다. 그가 작곡을 맡은 그라비티의 국내 온라인게임 ‘라그나로크2’의 음악 발표 및 다음달 예정인 방한 콘서트 준비를 위해서다.
칸노 요코는 ‘카우보이 비밥’ ‘공각기동대’ 등 인기 TV 애니메이션과 게임 ‘대항해시대’의 음악을 맡아 유명해졌으며, 최근에는 송강호가 주연한 영화 ‘우아한 세계’의 음악도 담당했다.
그가 천재로 일컬어지는 이유는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폭 넓은 음악성 때문. 그는 하드록에서부터 재즈 블루스 클래식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갖가지 음악을 고루 다룬다.
대표작인 TV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을 보면 거친 보컬의 하드록 주제가에서 나른한 느낌의 블루스, 권태가 묻어나는 재즈까지 여러 음조의 선율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마치 여러 작곡가들이 참여한 것처럼 색깔이 다양하다.
실제로 그는 음악을 배우는 과정에서도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는 한 번도 정규 음악수업을 받은 적이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각종 악기들이 풍성하게 등장하는 관현악곡을 능숙하게 작곡한다. 그는 “3세 때 부모님이 사준 피아노를 혼자 쳐보면서 음악을 알게 됐다”며 “음악으로 감정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음악을 독학했다”고 말했다.
우리말 학습 과정을 보면 그의 천재성을 또 한번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능숙하지 않지만 의사소통이 가능할 만큼 우리말을 한다. 그는 “2005년 그라비티로부터 온라인게임 ‘라그나로크2’의 음악 제의를 받고 혼자 책을 보면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며 “영화 ‘우아한 세계’도 몇 번씩 보며 한국어를 배웠다”고 설명했다.
칸노 요코가 음악을 맡은 ‘라그나로크2’는 중세 유럽의 판타지 세계를 다룬 온라인 게임이다. 그는 “온라인게임은 같은 음악이 반복되는 특성 때문에 시끄럽고 지겨울 수 있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선율에 초점을 맞췄다”며 “사랑스럽고 평화로운 느낌이 주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음악 스타일에 대해 “장르 구분 없이 듣기 좋은 음악”이라고 풀이했다. 스스로 음악 장르를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가수들의 노래도 자주 듣는다. 그는 “한국의 온라인 게임 및 영화 음악을 맡으면서 한국 가수들의 노래를 들었는데 목소리와 노래 실력이 좋아서 놀랐다”고 감탄했다.
다음달 20일에는 ‘라그나로크2’게임을 주제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처음으로 방한 콘서트도 갖는다. 이 공연에는 ‘라그나로크2’ 게임음악을 비롯해 그가 작곡한 각종 애니메이션 음악들이 연주된다. 이를 위해 일본의 여가수 사카모토 마야와 야마네마이, 러시아 출신 여가수 오리가 등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그는 우리말로 “쭉쭉빵빵 미녀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남성들이 코피가 터질만한 공연”이라며 웃었다. 그는 이번 공연이 한국에서 갖는 최초이자 마지막 공연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그는 우리말로 “개인적으로는 기뻐서 가슴이 두근거리지만 제작진은 제작비 때문에 간이 떨릴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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